<<대경이, 우리반이 되다>>
올해 입학하는 아이들은 백 넷이다. 일학년은 네 반으로 짜게 되었으니 한 반이 스물 여섯이 된다. 옛날에는 꿈에만 그려보던 환상의 숫자다.
일학년 담임이 된 사람은 여자 넷. 교육경력 사십 년이 되어 가는 원로교사 한 분, 올해 쉰 넷이 되는 부장,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마흔 여섯 살 아줌마 선생인 나, 그리고 나보다 한 살 적은 후배. 이렇게 할매하고 아줌마들만 넷이다.
원로교사 선생님은 이 학교에 와서 사년째 일학년이고, 한 살 적은 후배는 지난해에 일학년을 했다. 두 사람이 지난해에 이어 일학년을 하니 일은 좀 수월하겠다. 아무래도 하던 일을 그대로 이어서 하니까. 반짝반짝 빛나는 옥진이나 정희 같은 후배가 하나 있었으면 좋으련만. 그것도 뜻대로 되는 일은 아니다.
동사무소에서 내어준 취학통지서와 홍역예방접종 확인서, 신입생 생활기록부 작성 기초조사서를 들고 먼저 반편성 부터 한다.
"저기 럭키 무지개 아파트 아이들부터 빼서 골고루 나눕시더."
내리 사년째 일학년을 하게 된 이 반 선생님 말씀. 참 어려운 동네지만 그나마 이 동네서 좀 안정된 집이 많은 곳이니까 골고루 나누자는 말이다.
"그거 빼냈으면 결손 가정이나 쌍둥이, 생활보호대상자도 빼내서 따로 나누고 나머지는 모두 생일 차례로 놓지 뭐."
학부모가 적어낸 기초자료를 보니 특기 사항에 친절히 적어낸 사람은 별로 없다. 그냥 어머니 아버지 이름하고 주소만 적어낸 사람도 많다. 어차피 이 자료만 가지고 골고루 나누기는 어렵겠다.
자료를 들고 하나씨 넘겨보던 김 선생이 한 마디 한다.
"아아, 올해는 제발 선희같은 아이가 없었으면....."
과잉행동 장애였던 선희는 온 학교 선생님들이 다 아는 아이다.
"진짜로 한 해가 힘들었는데...."
일을 겁내지 않는 김 선생인데 힘이 들긴 들었던 모양이다.
여기 이 동네가 어려운 동네이긴 하지만 보통 말하는 부모 이혼, 편부 편모 가정인 집을 뽑아 내니 너무 많다. 입학생이 모두 백 넷인데 이런 집만 뽑아도 스물이 넘는다.
"주민등록번호에 뒷 번호 3, 4로 되어있는 아이는 뭐지? 이거 잘 못된 거 아이가?"
"그라고 보니 앞에도 000으로 적혀있고. 이거는 동사무소에 알아봐야겠다."
동사무소에 전화를 하니 000은 2000년에 난 아이들이고, 뒷번호 3, 4는 1, 2로 시작하는 번호가 넘쳐서 그런 것이란다.
"야아, 세월 겁난다. 벌씨로 2000년에 태어난 아이들이 입학한다는 말이가?"
정말 그러고 보니 세월이 무섭네. 새 천년 우짜고 하면서 온 나라가 들썩이던 때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은데. 주민등록 뒷 번호에 남자는 1, 여자는 2로 구분된다는 것만 알다가 어느새 번호가 넘쳐 나서 3, 4로 넘어간 것도 새롭다.
"어어, 그런데 김대경, 이 아이는 정신지체장애 2급이라는데요. 복지카드도 있다고 적어놨네."
"그런 아아는 특수학교에 가는 기 더 나을낀데."
"선희 후배 하나 더 나왔네."
"선희보다 더 심할 것 같은데. 선희는 장애 등급은 안 나왔어요."
"정신지체장애 2급이면 어느 정도 되는공? 억수로 심한 거 아이가?"
"함 보자. 그라고 야아는 97년에 났네. 그러면 삼 년이나 입학을 유예했다는 말인데....... 좀 심하기는 심한 갑다야."
다들 걱정되는 얼굴이다. 온데 설치고 다니면서 행동이 넘치는 아이가 하나만 있어도 온 교실이 시끄럽게 되는 걸 보아온 선생님들이니 어느 반이 될까 걱정이 될 수밖에. 그런데 휘이 둘러보아도 이 아이, 대경이가 갈만한 반이 없다.
이런 아이를 원로교사 선생님 반에 넣겠나, 회의다 일이다 해서 교실을 자주 비우게 되는 부장 반에 넣겠나.
지난해에 선희같이 힘든 아이 맡아서 올해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미리부터 걱정하던 김 선생하고 나밖에 없다. 김 선생을 한번 보다가 나는 이래저래 깊이 생각도 못하고 무작정, 불쑥 내뱉고 말았다.
"쌤, 고마 대경이는 우리반 하입시더. 이 아하고 궁합이 맞는지 갑자기 막 땡기네."
"그래 주면 우리야 고맙지."
아무도 한번 사양도 안하고 다들 반색을 한다. 그래, 그거면 됐지 뭐.
그렇게 해서 대경이는 우리반이 되었다.
김대경, 정신지체장애 2급, 남학생, 97년생으로 삼 년씩 입학 유예.
아는 것은 이것 밖에 없다. 그래서 기대되기도 하고 살짝 겁나기도 한다. 올 한 해, 우리 교시은 어떤 모습일까?
사실은 조금 두렵다, 나는 올해 잘 할 수 있을까?
특수교육이라고는 아무 것도 모르면서, 괜히 맡겠다고 나선 건 아닐까?
동학년 쌤들한테 짐을 안 지우겠다는 생각만 했지, 대경이하고 우예 살지는 깊이 생각도 못했으면서..........
올해 입학하는 아이들은 백 넷이다. 일학년은 네 반으로 짜게 되었으니 한 반이 스물 여섯이 된다. 옛날에는 꿈에만 그려보던 환상의 숫자다.
일학년 담임이 된 사람은 여자 넷. 교육경력 사십 년이 되어 가는 원로교사 한 분, 올해 쉰 넷이 되는 부장,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마흔 여섯 살 아줌마 선생인 나, 그리고 나보다 한 살 적은 후배. 이렇게 할매하고 아줌마들만 넷이다.
원로교사 선생님은 이 학교에 와서 사년째 일학년이고, 한 살 적은 후배는 지난해에 일학년을 했다. 두 사람이 지난해에 이어 일학년을 하니 일은 좀 수월하겠다. 아무래도 하던 일을 그대로 이어서 하니까. 반짝반짝 빛나는 옥진이나 정희 같은 후배가 하나 있었으면 좋으련만. 그것도 뜻대로 되는 일은 아니다.
동사무소에서 내어준 취학통지서와 홍역예방접종 확인서, 신입생 생활기록부 작성 기초조사서를 들고 먼저 반편성 부터 한다.
"저기 럭키 무지개 아파트 아이들부터 빼서 골고루 나눕시더."
내리 사년째 일학년을 하게 된 이 반 선생님 말씀. 참 어려운 동네지만 그나마 이 동네서 좀 안정된 집이 많은 곳이니까 골고루 나누자는 말이다.
"그거 빼냈으면 결손 가정이나 쌍둥이, 생활보호대상자도 빼내서 따로 나누고 나머지는 모두 생일 차례로 놓지 뭐."
학부모가 적어낸 기초자료를 보니 특기 사항에 친절히 적어낸 사람은 별로 없다. 그냥 어머니 아버지 이름하고 주소만 적어낸 사람도 많다. 어차피 이 자료만 가지고 골고루 나누기는 어렵겠다.
자료를 들고 하나씨 넘겨보던 김 선생이 한 마디 한다.
"아아, 올해는 제발 선희같은 아이가 없었으면....."
과잉행동 장애였던 선희는 온 학교 선생님들이 다 아는 아이다.
"진짜로 한 해가 힘들었는데...."
일을 겁내지 않는 김 선생인데 힘이 들긴 들었던 모양이다.
여기 이 동네가 어려운 동네이긴 하지만 보통 말하는 부모 이혼, 편부 편모 가정인 집을 뽑아 내니 너무 많다. 입학생이 모두 백 넷인데 이런 집만 뽑아도 스물이 넘는다.
"주민등록번호에 뒷 번호 3, 4로 되어있는 아이는 뭐지? 이거 잘 못된 거 아이가?"
"그라고 보니 앞에도 000으로 적혀있고. 이거는 동사무소에 알아봐야겠다."
동사무소에 전화를 하니 000은 2000년에 난 아이들이고, 뒷번호 3, 4는 1, 2로 시작하는 번호가 넘쳐서 그런 것이란다.
"야아, 세월 겁난다. 벌씨로 2000년에 태어난 아이들이 입학한다는 말이가?"
정말 그러고 보니 세월이 무섭네. 새 천년 우짜고 하면서 온 나라가 들썩이던 때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은데. 주민등록 뒷 번호에 남자는 1, 여자는 2로 구분된다는 것만 알다가 어느새 번호가 넘쳐 나서 3, 4로 넘어간 것도 새롭다.
"어어, 그런데 김대경, 이 아이는 정신지체장애 2급이라는데요. 복지카드도 있다고 적어놨네."
"그런 아아는 특수학교에 가는 기 더 나을낀데."
"선희 후배 하나 더 나왔네."
"선희보다 더 심할 것 같은데. 선희는 장애 등급은 안 나왔어요."
"정신지체장애 2급이면 어느 정도 되는공? 억수로 심한 거 아이가?"
"함 보자. 그라고 야아는 97년에 났네. 그러면 삼 년이나 입학을 유예했다는 말인데....... 좀 심하기는 심한 갑다야."
다들 걱정되는 얼굴이다. 온데 설치고 다니면서 행동이 넘치는 아이가 하나만 있어도 온 교실이 시끄럽게 되는 걸 보아온 선생님들이니 어느 반이 될까 걱정이 될 수밖에. 그런데 휘이 둘러보아도 이 아이, 대경이가 갈만한 반이 없다.
이런 아이를 원로교사 선생님 반에 넣겠나, 회의다 일이다 해서 교실을 자주 비우게 되는 부장 반에 넣겠나.
지난해에 선희같이 힘든 아이 맡아서 올해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미리부터 걱정하던 김 선생하고 나밖에 없다. 김 선생을 한번 보다가 나는 이래저래 깊이 생각도 못하고 무작정, 불쑥 내뱉고 말았다.
"쌤, 고마 대경이는 우리반 하입시더. 이 아하고 궁합이 맞는지 갑자기 막 땡기네."
"그래 주면 우리야 고맙지."
아무도 한번 사양도 안하고 다들 반색을 한다. 그래, 그거면 됐지 뭐.
그렇게 해서 대경이는 우리반이 되었다.
김대경, 정신지체장애 2급, 남학생, 97년생으로 삼 년씩 입학 유예.
아는 것은 이것 밖에 없다. 그래서 기대되기도 하고 살짝 겁나기도 한다. 올 한 해, 우리 교시은 어떤 모습일까?
사실은 조금 두렵다, 나는 올해 잘 할 수 있을까?
특수교육이라고는 아무 것도 모르면서, 괜히 맡겠다고 나선 건 아닐까?
동학년 쌤들한테 짐을 안 지우겠다는 생각만 했지, 대경이하고 우예 살지는 깊이 생각도 못했으면서..........
장옥진
역시 우리 자랑스러운 야야쌤~~나도 선생님이 대경이를 맡아서 훨씬 안심~대경아? 안녕...? 06.03.04 13:56
잘 하실수 있을 겁니다. 선생님은 사랑이 많으신 분이라... 대경이도 그 사랑을 느낄 겁니다. 본능이거든요. 06.03.05 15:01
안녕하세요? 학교 밖 주희입니다. 선생님 글이 참 재미나서요. ^^ 제 둘째 아이도 올해 학교에 입학했거든요. 키가 참 작아요. 학교에서 맨 앞자리에 앉았어요. 학교 가는 첫 날 벌떡 일어나더니 아이구 좋아라 아이구 좋아라 하는거에요. 저는 무척 애닲은데..ㅎㅎㅎ 대경이가 복이 참 많습니다. ^^ 06.03.06 23:08
주희쌤, 안녕하세요? 아이들이 학교오는 걸 아직까지는 엄청 신나라 하는데...... 긑까지 신나게 다닐 수 있게 하는 게 우리들 숙제겠지요? 자주 놀러 오세요. 06.03.07 08:55
특수교육 전문가가 맡으면 더 좋겠지. 그렇지 못하면 야야가 맡는 게 가장 좋을꺼야. 잘 했어. 아, 그런데 나는 이래 말을 잘 못 할 것 같애. 밍기적거리겠지. 그래놓고는 뭐? 사랑 어쩌구 하다니! 06.03.08 12:48
사실은 잠깐 고민 했어요. 내가 맡는다 해놓고 잘 못하면 우야노 싶어서. 여기 글 올릴 때도 또 떠벌려놓고 한 해 엉망 되면 뭔 창피고 싶은 생각에 잠깐 망설였어요. 그런데 이래 저질러야 내가 더 열심히 할 것 같아서 그냥 썼어요. 대경이하고 처음 시작하는 선생 자리에서 시작하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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