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가 만나는 아이들

반가운 햇살, 그리고!|

야야선미 2005. 7. 8. 13:24

일주일 넘어 내리던 장맛비가 그치더니
어제오늘은 햇살이 반갑습니다.
운동장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 모습이 더욱 반갑습니다.
며칠만에 보는 아름다운 그림인지 모르겠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공을 몰고 다니는 모습이 오히려 가슴을 탁 트이게 합니다.
점심 시간이 끝났습니다.
다섯째 시간 시작종이 울린 지 한참이 지났습니다.
들어올 생각도 안 하는 꼬맹이들을 내려다보고 섰습니다.
이제 그만 들어오라고 소리 높여 부를까.
아니, 운동장이 조용해진 걸 알고 깜짝 놀래서 그만 올라오겠지.
아니, 조금만 기다리면 삼층, 우리 교실을 한 번은 올려다보겠지.
내가 여기 이렇게 저희들을 보고 있으니 부리나케 올라오겠지.
그러면 나는 손 한 번 흔들어주면서 환하게 웃어줘야지.
그러나 야속하게도 아이들은 교실에는 마음이 없습니다.
창가에 서서 기다리는 나한테는 더더욱 마음이 없어 보입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아이들은 이제 그만 들어오려는 모양입니다.
축구 골대 앞에 서 있던 녀석이 공을 안고 먼저 수돗가로 달려갑니다.
다른 아이들도 모두 수돗가로 달려갑니다.
수도꼭지를 있는 대로 다 틀어 댑니다.
허리를 구부리고 수도꼭지 아래로 머리를 밀어 넣습니다.
아이, 이왕 하는 거 두 손으로 머리 좀 박박 문지르지. 훨씬 시원할텐데.
그러나 아이들은 좔좔좔 흐르는 물에 머리만 맡기고 섰습니다.
목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은 그냥 두고 옆에 있는 동무들이랑 뭐라고 쫑알댑니다.
입에 물 다 들어가겠네.
이제 허리를 돌려 운동장 쪽으로 돌아서더니 머리를 흔들어댑니다.
여기저기 튀어나가는 물방울이 시원합니다.
옆에서 허리를 구부리고 머리를 흔들어대는 다른 녀석에게로 물방울이 튀어갑니다.
물방울도 신나 보입니다.
어쭈! 하더니 한 녀석이 동무 쪽으로 머리를 흔들어댑니다.
아이구, 일이 났네.
녀석들이 한 데 엉겨붙어 머리를 마구 흔들어 댑니다.
아쭈, 한 번 해 봐? 야아, 이것 받아라.
아주 시끄럽습니다.
이제 불러들여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부르기 전에 일은 났습니다.
한 녀석이 수도꼭지를 틀더니 동무들에게 튕기기 시작했습니다.
소리를 지를까?
소리를 질러 그만 둘 때는 이미 지났습니다.
내 목소리가 아무리 커도 귀에 들어갈 때가 아닙니다.
하는 수 없다. 시들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아니아니. 기다릴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한 녀석이 그만 교문 밖으로 뛰어 나갑니다.
가끔 교문 앞에 나가서 얼음과자를 몰래 사먹고 오는 녀석입니다.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또 참습니다.
내가 큰 소리로 불러보아도 이미 들리지 않을 거리입니다.
앞도 옆도 안보고 뛰어 나갑니다.
짧은 바지 입고 넘어지면 무릎 많이 까질텐데.
녀석은 얼음 과자를 입에 물고 금방 다시 나타났습니다.
괜한 걱정을 했습니다.
입가며 입안까지 퍼렇게 만드는 죠스바를 물고 겁도 없이 웃고 있습니다.
들어오기만 해봐라. 혼내줘야지.
그러나 나는 혼도 못 내줬습니다.
그 죠스바를 모두들 다 빨아먹으며 들어옵니다.
나도, 나도, 야아도, 쟤도.
한 번 씩 돌아가면서 다 빨아먹습니다.
세상을 다 얻은 듯 환한 웃음을 띄우면서 말이지요.
내가 그만 졌습니다.
그렇게 오늘 우리 반 다섯째 시간이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렇잖아도 바쁜데.
여름방학 하기 전에 국어 다 배우려면 바빠도 많이 바쁘게 생겼습니다.
그래도 모처럼 햇빛 쨍한 날 즐거운 다섯째 시간이었습니다.
창가에 서서 참고 기다리는 걸 배운 시간입니다. (2005. 7.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