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의 책

<산나리> 박선미, 보리

야야선미 2009. 9. 17.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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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미 글 | 이혜란 그림ㅣ 대상 연령 : 초등 3학년부터ㅣ 188×225mm/60쪽

보리피리 이야기 3

 

< 책 속으로 >

 

우리 동네 뒷산, 애장골 시커먼 돌 틈으로
산나리 꽃이 활짝 피었어.
옆 동네 곱슬머리 언니 집 담장 너머로
빨갛게 늘어져 내린 줄장미보다 더 야야 애를 태우던 꽃.
다홍빛 꽃잎에 깨알같이 박힌 까만 점까지도 눈이 부셨어.
마치 커다란 별이 산자락에 떨어져 내린 것 같았지.
산나리 꽃이 별을 닮은 건 다 까닭이 있대.
그 슬프고 아릿한 이야기 한번 들어 볼래?

 

커다란 별처럼 예쁘고 고운, ‘산나리 꽃’에 얽힌 슬프고 아릿한 이야기

<보리피리 이야기> 세 번째 책인 《산나리》는 ‘달걀 한 개’에 얽힌 정겹고 따뜻한 이야기를 조근조근 맛깔나게 풀어 낸, 박선미 선생님이 들려주는 두 번째 ‘야야’ 이야기입니다.
유난히 검고 삐죽삐죽 모난 돌이 많은 동네 뒷산, 어린 아이가 죽으면 가마니로 둘둘 말아 그냥 돌로 덮어 준다는 그 애장골에 별같이 예쁘고 고운 산나리가 바알갛게 피었습니다. 우짜든동 올해는 한 포기라도 캐 와야지. 동무들과 몇 날을 벼르다가 큰맘 먹고 나선 길, 야야는 과연 무사히 산나리를 캐 올 수 있을까요?
《산나리》는 우리 삶 속에 가까이 있는 죽음과, 별을 닮은 산나리꽃에 스민 아릿한 슬픔을 열 살 남짓 먹은 아이의 눈높이에서 너무 무겁지도 너무 호들갑스럽지도 않게 풀어 냅니다. 산나리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잔잔한 슬픔의 깊이를 조금씩 헤아리면서 한 뼘 한 뼘 마음의 키가 커 가는 야야를 만날 수 있습니다. 야야가 겪는 일이며 마음 속 풍경들을 따뜻하게 담아 낸 그림이, 글을 읽는 내내 우리 곁을 맴도는 아련한 슬픔을 포근히 감싸안아 줍니다.


담담하게 풀어 낸, 아이들이 자라며 한 번쯤은 맞닥뜨리는 삶과 죽음의 문제
벌써 여러 해, 야야의 마음을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는 산나리. 애장골 시커먼 돌 틈으로 쏘옥 싹을 내민 그 산나리를 캐 오고 싶어 야야는 길을 나섭니다.
산나리꽃이 활짝 핀 뒷산 애장골, 거기엔 우리가 살면서 맞닥뜨릴 수 있는 아픈 이야기들이 숨어 있습니다. ‘목숨 달고 나와서 한번 피어 보지도 못하고 간’ 핏덩이들과, 간절히 기다리던 아기를 잃고 미쳐 떠도는 어미들의 한이 갈 곳을 모르고 떠도는 곳. 가난해서 다 큰 자식을 어이없이 잃어버린 부모의 가슴 무너지는 슬픔이 서린 곳. 야야는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무섭고 숨이 콱 막혀오는 그 길을 빈손으로 오갑니다.
까닭도 모르면서 아이들을 따라 “앳취 뽕, 앳취 뽕!” 하고 놀려 대던 동무를 애장골로 보내고서야, 야야는 산나리꽃이 별을 닮은 까닭을 깨닫습니다. 거기 묻힌 ‘슬픈 영혼들이 애장골 시커먼 돌밭 위에 별을 닮은 산나리꽃으로 피어난다는’ 것을요. 산나리꽃에 숨은 비극적 상징성을 깨치면서 야야는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넘어섭니다.
《산나리》는 아이들이 삶 속에서 죽음을 접하고, 상처받고, 고민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정직하게 그려 냈습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삶과 죽음의 문제를 한 번쯤은 고민합니다. 마치 통과의례처럼 말이지요. 《산나리》는 그런 우리 아이들이 죽음을 삶의 일부로,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 줍니다.


경험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가 지닌 힘
이야기는 마치 누에고치에서 실을 잣듯 술렁술렁 뽑혀 나옵니다. 들려주는 이의 말맛을 그대로 살려 생생하게 펼쳐 놓는 이야기 속에는 조금도 과장이 없습니다. 억지스러운 구석도 없습니다.
글쓴이가 자라면서 겪은 이야기를 그 때 눈높이로 써 내려간 이야기라서 고단한 삶의 무게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독자를 압도하듯 휘어잡지 않습니다. 주제의 무게에 치여 비틀거리지 않고 무거운 주제를 잔잔하고 따뜻하게 풀어 냅니다.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는 비극을 담담하고 솔직하게 담아 내는 태도가 거둔 성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픈 경험을 과장해서 꾸미지 않고 찬찬히 풀어 낸 글이라서, 비극을 우직하게 살아내고 겪어 내는 사람들의 곧은 심성이 그대로 와 닿습니다. 조용히 스며들어 마음을 울리는 글, 바로 경험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가 지닌 힘입니다.


글을 포근히 감싸안는 따뜻한 그림
《산나리》의 그림은 야야가 겪는 일뿐 아니라, 크고 작은 일들을 겪으며 조금씩 자라나는 야야의 마음 속 풍경을 섬세하게 그려 냅니다. 조금 낯선 사투리와 엄청난 사건이 주는 거리감을 단숨에 건너뛸 수 있게 해 주는 따뜻한 그림은 이 책이 지닌 또 하나의 장점입니다.
화가는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오래 전 풍경들을 되살리는데 무척 공을 들였습니다. 신문지를 펼쳐 놓고 산나리를 그리는 야야 옆에 아무렇게나 놓인 필통과 국어책에도, 어린 독자들이 엄마 아빠와 나눌 수 있는 작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습니다. 60~70년대 우리네 풍속을 꽤 꼼꼼히 되살려 야야네 집과 부엌, 마당 그리고 학교와 동네 우물 그림에도 그림 읽는 잔재미를 숨겨 놓았습니다. 화가의 재치와 기량이 돋보이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오래 전 풍경들을 정감 있게 되살리는 것 못지않게 인물을 그리는 데도 무척 애를 썼습니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30년이나 더 전 이야기를 온전히 자기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은 바로 하나 하나 애정을 담아 그린 인물 때문입니다. 주인공 야야뿐 아니라, 야야의 동무들과 담임 선생님, 엄마, 고모, 오빠를 비롯한 야야네 식구들, 순복이와 순복이네 식구들, 스쳐 지나는 동네 아주머니들까지 모두모두 이야기 속에서 살아 움직입니다. 이렇게 글 안팎 풍성한 이야기를 잘 담아 내면서, 글을 포근하게 감싸안는 그림이 책 읽는 재미를 더욱 보태줍니다.

 

들춰 보는 재미가 있는 덤, “야야 이건 뭐야?”
책 뒤 쪽을 한번 펼쳐 보세요. 본문에서 다 못한 이야기들이 풍성한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야야 이건 뭐야?’ 꼭지는 그림을 곁들인 작은 사전입니다. ‘갱자리’ ‘참빗나무’ ‘찌끼미’ ‘정지’처럼 독자들이 책을 읽다가 궁금할 법한 것을 야야가 재미난 이야기로 풀어 두었습니다. 글쓴이와 그린이가 자라 온 이야기를 담은 꼭지도 우리 어린이들이 쉽고 편하게 읽으면서 재미있어 할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들춰 보는 재미가 쏠쏠한 이야기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덤이랍니다.

 

출처 :부산글쓰기회 원문보기   글쓴이 : 김숙미

 

 

야야 박선미

책 소개 드립니다. 좀 민망하긴 하지만......... 어데 다른 곳에 소개되어있는 걸 그대로 스크랩했습니다. 07.11.01 09:46
 
칭구야! 요 책을 오데서 사야 되노? 아무 서점에나 다 있나? 나이가 들어도 칭구는 늙도 안하겠다. 아직도 동심의 세계속에 있응께. 07.11.01 09:57
 
'야야'씨는 잊혀져가는 우리 말들을 잘 살리고 잊혀져 가는 정감들도 이야기 속에서 우찌 그리 잘 살려내노? 표지도 내용도 너무 이쁜 책 '달걀 한개'도 참 감동적이었는데 '산나리' 보니까 옛날 우리동네가 절로 떠오르더라. 그때 함께 놀던 동무들 다들 잘 사는지 몰라. 동심을 잊지 않고 살려내는 칭구가 경이롭다야. 07.11.01 12:57
 
부럽다...어떻게 글 쓰는 재주를 갖고 태어났노? 재주 없는 나는 죽으나 사나 이 직장에 매여있어야 한다...ㅋㅋㅋ 07.11.01 16:19
 
선미야, 축하 축하. 평소 말투며, 학교 댕길때의 경력하며, '교사로-사람으로' 늘- '아그들'과 '글' 가까이던 선미다운 '쾌거'라 참 좋다. 수많은 낮밤이 오롯이 녹고 녹았을텐데 나는 마냥, 그냥 부럽다. '미대'에 갈꺼라던 칭구들의 예언(?)도 빗나가서는 교대를 졸업하고 설랑. '미술' 근체에 있고잡던 작은 바램과는 여-엉- 다르게 '글' 연수 언저리를 맴돌며 아그들 글 챙기기 흉내에. 또 어떤 때는 학예회에 체육부장 4년으로 마당순이로만 이래저래 뛰다가. 이제는 아예 체육전담이라나---. 글이라-, 미술이라-, '예술'이라---, 나에게는 영-영-, 설레임 가득한 가지 못한 길이 되려나. '노후대책'이나 한답시고, 부산하게 시작은 하누만. 07.11.01 19:15
 
아이다. 계자 니 그림은 내가 안봐서 모르겠다만 (평소에 하는 걸로 봐서 잘 할 걸로 알지만) 니 글 쏨씨도 보통 아이더라. 다방면에 기대가 크다. 애희야 안녕? 07.11.02 09:00
박애희
그래...영자야...안녕? ㅋㅋ 겨울철 건강관리 잘하고 방학 때 모임하면 오너라... 07.11.02 12:55
칭구들의 따습은 다독임에 눈물꺼정 '피-잉-'해 지고 '싸-아-'하도록 고마운 것도 세월과 나이 때문이려나, 달력도 달랑 1장 남은 이 가을에 괜스레 마음도 걸음도 바빠지고 스산도 해진다. 우옛던 '찡-'하도록 감사하다. 건강하고 행복해라. 07.11.05 2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