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우리 모두 고등학생으로 되돌아갔다.
편안한 전통 찻집에서 마주 보고 둘러 앉아 함께 한 '산나리' 공부.
담임 선생은 구자행, 여고생 열 둘, 남고생 하나, 청강생과 장학사.
자행이가 수업 준비를 참으로 정성껏, 깊이 있게 해와서 학생들은 저절로 공부가 잘 되었다.
산나리를 읽으며 가장 가슴에 와 닿은 장면 나누기,
산나리에서만 볼 수 있는 표현상의 특징 찾기,
모둠활동으로 이루어진 인물의 성격 알기와 애장골, 산나리가 의미하는 것 찾기,
산나리가 우리에게 주는 주제 찾기,
마지막으로 각가 써온 감상문 읽기.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수업안을 마련해온
우리들의 영원한 국어 선생님, 구자행.
모둠마다 특징이 나타난 발표는 다들 상당한 저력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책 읽고 난 감상문도 써 온 사람마다 다 자기 빛깔이 드러난 글이었다.
부산 글쓰기 사람들이 그동안
마음 고생과 갈등을 많이 겪었지만
그것들을 다 내 것으로 끌어안고 녹아내어
어제 그만큼의 힘이 생겼구나 싶다.
서로 마음깊이 신뢰하고 기대며 주마다 공부하고,
또 그 공부들이 관념으로 흐르지 않고 각자의 삶에 제대로 거름노릇 할 수 있게 해주는
육체 노동을 한번씩 하면서
스스로는 느끼지 못한 채
성숙하고 있었구나.
어제 <산나리공부>에서 나는 그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책을 쓴 야야 본인에게야 더 말할 수 없이 행복하고 값진 시간이었겠지만
함께 한 이들 모두, 그 한 사람 한 사람에게도
가슴 뭉클하고, 잊지 못할 따뜻한 시간이었다.
어제 그 자리를 야야 어릴 적 동무 순복이도 분명 내려다보고 있었을 터,
혹시라도 순복이 가슴에 맺힌 것 남아있었다면
우리들 공부보고 다 풀렸을 테지.
내년 여름이면
여수골에 일하러 오는 사람들,
불당골 밭가 돌무더기에서 곱게 핀 산나리 앞에
걸음 멈추고 한참 바라보겠지.
'찬란한 슬픔'같은 진홍빛 산나리를. (2007.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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