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의 책

[어린이책]죽음도 삶의 한 부분이란다 / 산나리

야야선미 2007. 11. 3. 14:31

[어린이책]죽음도 삶의 한 부분이란다  / 경향신문 / 2007-11-02 15:26:10

태어나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은 인간사의 자연스러운 이치. 10대 안팎의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죽음은 아직 이해하기에는 어렵고 무서운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맞닥뜨려야할 문제다. 여기 소개하는 두 권의 책은 일상에 편재하는 죽음과의 대면을 통해 죽음을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한 걸음 성장하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다루고 있다.

▲산나리… 박선미 글·이혜란 그림|보리

매화가 피는 봄, 지난 가을 땅에 묻어놓은 알뿌리 식물을 캐내 꽃밭에다 심던 야야. 멀리 뒷산 너머 애장골을 바라보며 ‘저어도 인자 산나리 싹이 통통하이 올라왔을 건데’라며 다홍빛 산나리를 생각한다. 그러나 산나리가 자라는 애장골은 검고 모난 돌이 가득한 곳으로 어린아이가 죽으면 가마니로 둘둘 말아 그냥 돌로 덮어 준다는 무서운 곳이다.

그저 장독간 옆에 산나리를 심고 싶은 마음에 아야는 용기를 내 동무들과 산나리를 캐러 애장골에 간다. 애장골 깊숙이 들어갈수록, 어른들로부터 들었다는 ‘얼라 귀신’ 이야기에 겁에 질린 아야는 그만 혼비백산한 동무를 따라 집으로 달음질을 친다. 어느날 말 한번 건네지 못했던 동갑내기 순복이가 갑자기 죽어 애장골에 묻혔다는 이야기를 들은 아야. 이후 아야는 더 이상 산나리가 피는 계절이 되어도 꽃을 꺾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름 한번 불려보지도 못하고, 엄마 젖 한번 제대로 빨아 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난 아이들의 슬픈 영혼이 애장골 돌밭 위에 ‘별을 닮은 산나리 꽃으로 피어난다는 걸’ 그 때 알았기 때문이다.

보릿고개를 배경으로 경상도 사투리를 살려 쓴 이야기가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짠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꾸며낸 동화가 아니라 작가가 자라면서 겪은 이야기에 바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1960~70년대의 시골풍속을 꼼꼼히 되살리면서 아야의 변화하는 마음을 섬세하게 잡아낸 그림에서도 논픽션이 지닌 강력한 힘이 느껴진다. 초등 3학년 이상. 8000원   〈윤민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