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가 만나는 아이들

백일장 수상작품을 읽고(제11회 요산문학제 백일장) - 쓰고 있는 중^^

야야선미 2009. 10. 28.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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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 김가현(부산 국제고 1학년)


어느 여름날 그 여인은 의자가 되었다.

여인의 딸과 아들은 의자 위에서 자라났고

버찌와 해바라기와 은행나무와 동백이

거르지 않고 찾아오길 얼마만이었나

하얗게 빛바우랜 의자는 삐걱 찌거덩

그래도 여인은 울며 찾아온 딸과 아들은 쉬었다 가곤했다.

버찌와 해바라기와 은행과 동백도 여전하여

떨리우던 의자 다리 하나는 아스러지고, 이젠 셋.


썩은 이 빠지듯 떨어져나간 다리 셋.

하나는 아득한 기억의 저편으로 굴러가고, 이제 둘.


보름달 뜬 12월 마지막 밤

다리없는 의자 아래 늙은 여인의 아들과 딸의 팔과 다리가 돋아나

버찌가 열리듯 해바라기가 피어나듯 은행잎이 노랗게 바래우듯 동백꽃잎에 윤기가 돋듯

그렇게 조용하게

그 의자는 또다시 땅을 네 발로 딛는다.

의자의 새로이 달린 두 팔걸이의 빛바래움.

아마 저들은 그 늙은 여인의 옛 의자다리이리라.


늙은 여인의 딸의 아들이 의자위에 앉아

그 짧은 발을 동동, 샘솟는 저 깔깔대는 웃음소리

손장난하는 저 아이가 쥐고 있는 것은

그 때 기억 저편으로 굴러간 의자다리, 바로 그것


나는 지금, 누군가의 어던 의자다리인가.


제11회 요산문학제 백일장 고등부 운문 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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