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가 만나는 아이들

<<몸으로 배우는 짝수와 홀수>>

야야선미 2009. 11. 10. 11:45

‘글자를 찾아라!’ 놀이를 한다.

짝끼리 하다가, 모둠끼리 편먹고 하다가 남학생과 여학생이 편을 짜서 하다가, 벌써 몇 번이나 했는데도 아이들은 자꾸 더하자고 한다.

“이제 편 짤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만하자.”

핑계를 댄다는 것이 참 궁색하다. 건이가 말한다.

“있어요. 홀수 짝수로 한 번 더 합시다.”

공부보다는 이미 놀이에 흠뻑 빠진 아이들은 갑자기 눈을 동글동글 반짝반짝거리면서 난리도 아니다.

“해요, 더해요.”

“그래, 알았다. 그럼 출석번호 홀수 짝수로 편먹는다. 홀수가 먼저 말하기, 종!”

“종이!”

“종류”

“종.....”

그런데 가만 보니 홀수니 짝수니 구별이 없다. 굳이 홀수가 이겼느니 짝수가 잘했느니 할 것까지는 없지만, 편 나누기로 했으니 바르게 갈라주자 싶다.

“너거들, 짝수 차례에 홀수편이 말하고 홀수에 했던 사람이 또 짝수 편에도 말하고 다 섞여서 하네.”

“아, 알았어요 . 바로 할게요.”

“그럼 이번에는 짝수가 먼저. 김!”

“김치!”

“김밥!”

“김해.”

또 아무나 다 섞였다. 아, 그러고 보니 이 아이들, 홀수 짝수를 모르는 것 아닌가? 2학년인데 홀수 짝수 안 배웠나? 문득 홀수 짝수를 언제 배우는 건지 궁금해진다.

“잠깐, 잠깐. 너거들 홀수가 뭔지 아나?”

“내, 홀수 맞는데.”

영해가 나선다. 영해는 출석번호 2번이다.

“출석번호로 하는데, 영해 니 출석번호 몇 번이지?”

“2번요. ”

“그럼 짝수지.”

그러면서 아이들을 보니 홀수니 짝수니 다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자기 번호가 1,3,5,7,9면 홀수고 2,4,6,8,0이면 짝수잖아.”

그런데, 아 그런데! 아이들 얼굴을 보니 아주 멀뚱거리고만 있다. 아이고, 이렇게 무안할 수가. 아이들이 홀수 짝수를 알까 모를까 생각도 없이 바로 시작한 내 잘못이다. 당연히 알고 있다고 믿은 내 잘못이지. 2학년에는 아직 홀수 짝수를 안 배웠나? 그걸 따지기 전에 먼저 홀수 짝수나 가르쳐야지.

“승환이 나와 보세요.”

승환이가 나온다. 칠판에 졸라맨 닮은 사람 하나를 그린다.

“이게 승환이다. 승환이 한 사람이니까 숫자로 쓰면 몇?”

“1이요.”

“그래 숫자로는 일이지. 졸라맨 옆에 멀찌감치 1을 쓴다.”

“승환이는 지금 짝이 있어요, 없어요?”

“없어요.”

“그래, 짝이 없이 혼자지? 그러니까 승환이는 혼자, 홀로 서 있는 거야. ”

혼자 서 있는 졸라맨 옆에 ‘홀로’ 라고 쓴다.

“영해 나와 보세요.”

영해가 쓰윽 웃으면서 나온다.

“이제 몇 사람이 되었지?”

“두 사람요.”

“그래, 둘이니까 숫자로는 몇?”

“2요.”

졸라맨 둘을 그리고 멀찌감치 2를 쓴다.

“이제 두 사람씩 짝지어 손잡아 보세요.”

영해랑 승환이랑 엉거주춤 서서 손을 잡는다. 졸라맨 둘도 손과 손을 이어준다.

“두 사람 짝이 맞아요? ”

“예!”

“그래, 이제 승환이가 짝을 찾았지? 둘이니까 짝이 된 거죠? ”

두 졸라맨과 2 사이에 “짝 있어” 라고 쓴다.

“자아, 승환이가 처음에 혼자 나왔을 때는 숫자로 몇? ”

“1요.”

“짝 있었어? 아니면 홀로야?”

“홀로요.”

“그래 홀로 있으니까 숫자 1은 홀로 있는 수, 홀수라고 해.”

졸라맨과 숫자 1 사이 ‘홀수’라고 써 준다.

“영해가 나와서 몇이 되었죠?”

“2요.”

“그래, 짝이 있어요?”

“예.”

“둘씩 짝이 딱 맞으니까 숫자 2는 짝이 있는 수, 짝수라고 해요.”

졸라맨과 숫자 2 사이에 ‘짝수’라 쓴다.

“준호도 나와 보세요.”

준호까지 나와서 셋이 옆으로 섰다.

“이제 숫자로 몇?”

“3요.”

“그래 두 사람씩 짝을 만들어 보세요.”

영해랑 승환이가 손을 잡는다. 준호 혼자 서서 빙글거리고 웃는다.

“자아 짝이 딱 맞아요?”

“아니요, 준호는 짝 없어요.”

“그렇죠? 그럼 숫자 3은 짝이 안 맞고 홀로 있는 사람이 있으니까~~”

“홀수요!”

“그렇지. 잘하네! 건이 나와 보세요.”

건이가 나와 앞에 서기도 전에 아이들이 말한다.

“이제 짝이 맞아요.”

“그래? 그럼 숫자로 4는? 홀~?”

“아니요, 짝수요.”

“오오~ 잘하는데. 그럼 숫자 5는?”

“홀수요.”

“숫자 6은?”

“짝수요.”

“숫자 7은?”

“홀수요.”

이렇게 노래하듯 숫자 20까지 간다. 주고받는 사이에 칠판에 쭈욱 써 놓은 숫자들을 본다. “홀수라고 써 있는 숫자 들을 보세요. 어떤 규칙이 있어요?”

“2씩 뛰어서 세면 돼요.”

“일의 자리 수에 1,3,5,7,9,또 1,3,5,7,9가 됐어요.”

“아, 똑똑해. 그럼 짝수라고 써 있는 수들은 어떤 규칙이 있어요?”

“일의 자리 수가 2, 4, 6, 8, 0으로 됐네요.”

“2씩 뛰어 세요.”

“잘 하네요~!”

“그럼 이제 자기 출석 번호가 홀수인 사람은 일어나 보세요.”

이제 자신있게 벌떡벌떡 일어선다.

“모두 앉고 이번에는 짝수번호 일어나 보세요.”

짝수 번호들이 벌떡벌떡 일어선다.

“이제 자기가 홀수번호인지 짝수번호인지 확실히 알겠어요?”

“예에~!”

국어시간, 글자찾기 놀이를 하다가 난데없는 홀수짝수 공부 하느라 시간은 이미 다 끝났다.

그런데 2학년인 지금까지 이걸 모르는 것이 맞나? 아직 배울 때가 안 되어 모르는 건가? 아무렴 어떠랴마는 오늘 국어 시간도 또 딴 길로 샜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