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안녕하세요.
보리출판사 문지원입니다. ^^
그간 잘 지내셨어요? 연락 한 번 드려야지 마음을 먹은 지 며칠이 지나서야 이렇게 메일을 쓰네요.
저는 지난주에 막 마감을 끝냈습니다. 강승숙 선생님께서 교실에서 아이들과 그림책을 읽었던 일을
개똥이네에 다달이 실었었는데, 그것을 모아 단행본으로 내게 되었습니다.
그 책을 맡아서 진행했고, 지난주에 마감을 마쳤어요.
제가 새내기인데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훨씬 많다보니 좌충우돌 하면서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어요.
마감을 한 번 끝낼 때마다 마디가 굵어지는 대나무처럼 그렇게 조금씩 더 탄탄한 편집자가 될 수 있다면
참말로 좋겠다 싶어요. 정말 그렇게 탄탄하게, 배워나가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
선생님 보내주신 원고는 잘 받았습니다.
선생님 메일을 읽으면서 그간 마음고생이 많으셨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큰 결심 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
제가 아직 새내기이고, 잘 모르지만 그래도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선생님께 말씀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이렇게 메일을 드립니다. 제가 보리에 들어와서 맨 처음으로 받았던 원고가 선생님의
1학년 교실 이야기 원고였습니다. 작년 8월에 선생님 뵈러 가던 날, 미리 원고 보고 뵙는 게 좋다고
성재선배께서 원고를 주셨지요.
그때 원고를 찬찬히 읽어가면서 혼자 웃고, 혼자 울고...
선생님 마음이 느껴져서 좋았다가, 아이들 투닥거리는 모습에서 내 어릴 때가 생각나서 괜히
코끝이 찡해지기도 하고, 아이들이 서로를 위해주는 마음이 느껴지면 ‘우리 눈에야 어린아이들이지만
이 아이들도 저마다 우주구나.’하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아마 그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이런 글들을 책으로 만드는 일이, 보리 출판사 교육서 편집자가
하는 일이라면... 정말 멋진 일이라고요. '출판은 운동이다'고 말하던우리교육 기자로 있던 한 선배의 말에, 저는 한번도 생각 해보지 않았던 출판일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무너지는 공교육이라고 남들은 말하지만서도, 그 속에서 다시 빛을 피워내려고 애쓰시는 분들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그 분들을 글로 만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운동이라면 운동이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으로 들어온 보리에서 처음 만난 글이 선생님의 글이었던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제가 학교를 12년이나 다니는 동안, 단 한 분이라도 나를 이렇게 진심을 다해 바라봐주시는
선생님이 계셨다면, 아마 내가 좀 더 일찍 내 삶을 사랑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요.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어쩌면 그땐 어려서 헤아리지 못했던 것일뿐, 내가 만났던 선생님들도
이렇게 나를 애틋하게 생각하셨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선생님, 많은 고민을 하셨을 테고, 그리고 그 고민들 속에서 많이 힘드셨지요?
그렇지만 선생님의 글을 읽고 선생님의 마음을 느꼈다고 확신하는 한 독자가 여기에 있습니다.
편집자는 저자의 첫 독자라고,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저는 아직 아이도 없고, 학교를 졸업한 지는 벌써 10년이나 흘러버린 어정쩡한 나이의 청년인데도,
이 책은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하물며 아직도 어리게만 보이는 아이를 ‘학교’에 들여보내야만 하는 어머니들에게 이 책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두말 할 까닭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 아이가 밥은 잘 먹는지, 동무들과는 잘 어울리는지, 수업은 어떨지, 학교는, 선생님은 어떨지.
그런 막연한 두려움을 위로해줄 수 있는 책이 필요하다는 확신이 듭니다.
그래서 선생님께, 그렇게 큰 결심하신 거에 더 감사드려요.
선생님의 어려운 결심이 더 큰 빛을 발하도록 최선을 다해서 좋은 책을 빚어내겠습니다.
선생님, 힘내시구요, 곧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따스한 봄바람을 맞으며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지내고 계실 선생님을 떠올리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문지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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