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편

새 벽 별 / 박노해

야야선미 2010. 7. 12. 22:52

새 벽 별 (박노해 시)


새벽 찬물로 얼굴을 씻고 나니

창살 너머 겨울나무 가지 사이에

이마를 탁 치며 웃는 환한 별 하나


오 새벽별이네!


어둔 밤이 지나고

새벽이 온다고

가장 먼저 떠올라

새벽별


아니네!


뭇 별들이 지쳐 돌아간 뒤에도

가장 늦게까지 남아 있는 별

끝까지 돌아가지 않는 별이

새벽별이네


새벽별은

가장 먼저 뜨는 찬란한 별이 아니네

가장 나중까지 어둠 속에 남아 있는

바보 같은 바보 같은 별

그래서 진정으로 앞서가는 별

희망의 별이라네


지금 모든 별들이 하나 둘

흩어지고 사라지고 돌아가는 때

우리 희망의 새벽별은

기다림에 울다 지쳐 잠든 이들이

쉬었다 새벽길 나설 때까지

시대의 밤하늘을 성성하게 지키다

새벽 붉은 햇덩이에 손 건네주고

소리없이 소리없이 사라지느니


앞이 캄캄한 언 하늘에

시린 첫마음 빛내며 떨고 있는

바보 같은 바보 같은 사람아

눈물나게 아름다운 그대


오 새벽별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