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참 좋다 선생님 참 좋다 / 박선미 글 / 하나 그림 / 보리출판사 (여성시대방송원고, 2011.2.12)
어린이도서연구회 대구지회 우윤희
1월과 함께 한 해를 시작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새출발을 3월과 함께 시작합니다. 바로 학교에서 생활하는 학생, 선생님, 학부모와 같은 사람들이지요.
그래서 ‘3월’하면 왠지 모르게 설레이게 되는 데요, 그 중에서도 가장 설레는 학년은 누구일까요? 아마도 초등학교 1학년이 아닐까 싶어요. 아니 초등학교 1학년은 아이보다 부모들이 더 설렐 지도 모르겠네요.
마냥 어리게만 보이던 아이가 자라서 학교라는 곳을 다니게 되는 첫 발걸음이 바로 초등학교 1학년인데요, 오늘 소개해 드릴 책은 초등학교 1학년 교실을 살며시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입니다. 바로 ‘학교 참 좋다 선생님 참 좋다’인데요, 이 책은 3년 동안 1학년 담임을 맡으면서 아이들의 모습을 적은 박선미 선생님의 교단일기입니다. 3년 동안의 일기이지만 연도순으로 엮지 않고, 한 해의 일기와 같이 3월에서 시작해서 2월로 마무리하는 형식이라 초등학교 1학년의 1년을 따라가 볼 수 있습니다.
3월, 1학년 학생들은 ‘우리들은 1학년’이라는 책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위한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요, 많은 것을 어른들이 도와주는 생활을 해 왔던 아이들이 스스로 해야 하는 학교생활에서 이 과정은 앞으로 학교생활을 하는데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학교 곳곳을 둘러보고, 화장실 사용법, 1교시, 2교시... 이렇게 나누어지는 수업 방식, 서로 도와주기, 수업준비물 정리하고 사용하기 외에도 아이들이 알고 익혀야 할 것들이 보기보다 많습니다. 이런 것들은 어른들에겐 아무렇지 않은 것들이지만 한명의 선생님과 수십 명의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들입니다.
선생님 일기 중에서 하나를 보면, 쉬는 시간에 나가서 놀다가 ‘종치면 들어오세요.’라고 내보냈는데 수업 시작종이 울려도 아이들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운동장 구석구석에서 아이들을 불러 모으다 한 시간 다 가고 수업 끝나는 종이 울립니다. 왜 종 쳤는데도 들어오지 않았냐고 다그치는 선생님께 아이들은 ‘저 소리 말이에요?’ 합니다. ‘저게 종소리냐? 딩 동 댕 대앵, 벨소리지!’ 그제서야 선생님은 ‘에구구...’ 합니다. ‘학교에서 종소리가 없어진 지 언젠데 말예요.
초등학교 1학년은 ‘이름을 쓰세요’ 하면 성 빼고 이름만 쓰구요, ‘6빼기 1은 있는데 6학년 1반은 없어요.’ 한다고 하네요. 사소한 것 하나하나 가르쳐야 하는 초등학교 1학년이지요.
하지만 선생님은 아이들을 가르치기만 하지 않습니다. 책 곳곳에 선생님은 아이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또 배운다고 적으셨어요. 가족이야기를 하면서 자기 아픈 곳을 다 드러내 놓은 동무를 서로 위로하고 위로받으면서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배우고, 휘날리는 벚꽃을 보며 관찰하는 아이들의 눈길에서, 그 모습을 적은 글에서 선생님은 또 배운다고 하세요.
‘버꽃이 한참 올라가다가 저 먼 대 가서 널쩌요.
근데요 살살 돌아요’
자기 마음 속에 꽉 차 있는 것을 써 낸 아이들의 글에서, 태풍을 뚫고 학교로 온 아이들이 서로 감싸 주며 어른들 걱정까지 해 주는 아이들을 보며, 장애가 있는 친구를 도와 같이 노래를 하는 모습에서, 글자를 몰라 힘들어 하다가 아이가 2학기가 되면서 연신 쪽지를 써서 가져오는 아이를 보며, 조금 남다른 형을 위하는 아이의 글을 보며 선생님은 또 배운다고 하시지요.
마냥 어려 보이기만 하는 아이들이지만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 내고, 스스로 서로 돕는 법을 깨닫고, 스스로 어려움을 이겨 내는 힘을 키워내는 아이들입니다.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잘 앉아 있을지, 선생님 말씀을 듣기나 할지, 글씨 쓰기나 수 셈하기는 제대로 따라갈 수 있을지, 자기 물건이나 제대로 챙겨서 수업을 할 수 있을 지. 이런 걱정은 어른들의 것이라는 걸 이 책을 읽고 나면 알게 되실 겁니다.
갖가지 사건사고가 일어나지만 한 해를 무사히 마치고 2학년에 올라 갈 아이들을 보는 선생님의 마음은 벅차기만 합니다. ‘아아, 일마들을 우예 보내지?’라는 선생님의 한 마디에 한 해를 어떻게 지냈을지 느껴지지요. 각종 행정업무에 힘들지만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밥 안먹어도 배부른 선생님의 일기를 읽으면 어느덧 한해가 훌쩍 지나갑니다. 책장을 덮으며 훌쩍 자란 아이만큼이나 엄마의 마음도 훌쩍 자라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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