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의 책

나의 독서평 / 욕시험

야야선미 2011. 2. 28. 00:30

http://book.interpark.com/blog/mohmoh/1990062

 

제목부터 너무 멋지다.
<욕시험>이라니!
사실 나는 욕을 잘 못한다.
때로는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누군가에게 막 화풀이를 하고 싶을 때
나도 시원하게(?) 욕이라도 퍼부을 줄 알면 참 좋겠다, 싶은 순간들이 많다.
그런데 요즘 우리 아이들에게 <욕>은 일상어다.
어떤 아이는 <욕>을 빼고는 말이 연결이 안되는 아이들도 있다.
4학년짜리 아들이 가장 친한 친구라고 집으로 초청한 녀석이 며칠 전 학교 복도에서
왠갖 쌍쓰러운 욕을 하다가 나에게 걸려 혼이 난 녀석이라 난감하고 황당했던 일이 있다.
내 아들도 왠지 엄마가 보지 않는 곳에서는 제일 친하다는 그 친구 녀석을 따라
쌍 욕을 아무렇지도 않게 뱉어버릴 것만 같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순박한 주인공들의 욕은 요즘 아이들의 욕에 비할바가 못된다.
더군다나 담임선생님이 들어와 백지를 돌리며 <욕시험>을 보자고 말했을 때는 
반에서 제일가는 욕쟁이 영석이도 연필 꽁무니에 붙은 지우개만 꼬옥 물어뜯고 있다.
아이들은 그저 선생님과 서로서로의 눈치만 슬글슬금 볼 뿐이다.
게 중에 가장 눈에 띄는 아이는 단연 <야야>다.
아버지가 학교 선생님인 <야야>는 늘 모범생으로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때로는 너무 억울한 일을 당해 눈물이 핑 돌때도 친구들은 쉽게도 뱉어내는 욕도 마음 속으로만
되씹었다. 어른들 틈에서는 <장한>아이가 되기 위해서 철없이 노는 친구들 틈에 끼지 못할
때도 있었다.
선생님의 <욕시험>을 받아둔 야야는 처음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다가 문득 참고 살았던
시간들이 너무 억울해서 선생님이 준 시험지를 어느 새 앞 뒤로 다 채운다. 

이 책을 읽어보면 아이들이 욕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한다.
욕시험을 제안한 담임선생님은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불러 상담을 하고
선생님과 상담을 마친 아이들은 눈물범벅이 되어 나오거나 전보다 더 해맑은 얼굴이 되어
나온다.

아이들은 마음 속에 하고 싶은 것들을 눌러 가두느라 가슴이 늘 답답하다.
이 책에 나온 아이들이 욕을 하는 이유가 자세히 나온 것은 아니지만, 촌동네에서 사투리를
쓰는 아이들이나 도심에서 학원과 학교를 로봇처럼 왔다 갔다 하는 아이들이나 욕을 하는
이유는 크게 다르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득, 내가 내 아이에게 욕을 하지 말라고 지나치게 엄격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때로는 야야 처럼 욕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어른인 우리가 먼저 제공하고 그 마음 속이 
맑아지도록 도와야 했던 건 아닌지 반성해본다.
몰래 몰래 숨어서 하는 욕으로는 가슴을 비워낼 수가 없다.

<욕시험>은 나에게 내 아이의 숨구멍에 대해 생각하도록 만든 아무 고마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