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의 책

[스크랩] 구수하게 아이의 마음을 위로하는 책, 욕시험

야야선미 2011. 6. 21. 21:19

 

욕시험. 욕시험? 책 제목이 특이하다. 아이들이 읽는 동화책인데 제목이 욕시험이라...

욕으로 시험을 치는것 같긴 한데 무슨 사연이 있는걸까?

주인공 야야는 아버지가 선생님이어서 친구들에게 '선생 딸'이라고 불리는 여자 초등학생이다. 빨래를 하다가 놀러가고 싶어도 아주머니가 '하이고, 야야 빨래하는 것 좀 봐라. 우째 저래 야무지노. 참판댁 딸은 참판댁 딸이다'하는 소리에 멱 감으로 가고 싶은걸 주저앉아 고무신을 구멍이 나도록 하얗게 문질러 대는 아이이다. 선생딸이, 참판댁 딸이 어쩐다는 말을 들을까봐 싫은 소리도 하지 못하고 마음껏 행동하지도 못하고 눈물만 그렁그렁 달고 사는 그런 야야에게 어느날 선생님이 욕시험을 친다고 한다.

종이를 나눠주며 욕을 쓰라고 하는 것에서 이야기는 출발한다.

 

처음에는 욕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당황하다가 시험이라는 선생님의 말과 친구들이 욕을 쓰는 모습을 보고 애써서 욕을 써보고 있는 야야.  

욕을 써 낸 이후의 복잡한 감정과 원망, 시험지에 대한 교무실 다른 선생님들의 반응 때문에 속상한 야야가 집에 와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우는 모습 등이 펼쳐진다.  

그러나 선생님이 욕시험 후 일대일 면담에서 "인자 고마 울어라. 너거들이 말로 하지도 못하고 꾹꾹 눌러참고 있는 기 뭔지, 너거들 마음을 어둡게 누르고 있는 기 뭔지, 그기 알고 싶더라. 이 시험지에 대고 욕이라도 시원하이 다 풀어 놓고 너거들 마음을 훌렁훌렁 씻어 버리라고 그랬지."라고 말씀하시고 눈깔사탕을 주시자 야야의 얼굴에는 기쁨이 피어난다.

길지 않은 내용은 동화이지만 위축되고 주눅든, 부모나 타인의 기대에 맞추어 자신을 억누르고 있는 성향의 아이들에게는 자극과 위로가 될 수 있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을 희생시키며 살았던 어른들에게도 말하라고, 욕을 내뱉으라고, 누르고 있지 말라고 말해준다.

"넘들 때문에 하기 싫은 걸 억지로 안 해도 된다. 넘들한테 일없이 발라맞출 필요도 없고, 참산댁 딸 잘한다 카면 그걸로 됐지, 억지로 더 잘할라고 안 해도 된다... 박 선생은 박 선생이고 박 선생 딸은 박 선생 딸이지, 욕할 거 있으면 욕도 씨게 해라. 도나캐나 욕을 입에 달고 있는 거는 안되지만, 욕해야 될 때는 욕을 해야지."

다른 사람의 기대에, 평가에 맞춰살았던것 같은 지난 날들이 떠오르며 이 말이 가슴에 잔잔히 스며든다.

 

글쓴이 박선미씨는 1963년 경남 밀양출생으로 스무해 넘게 초등학교 교사로 살고 있으면서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회원이기도 하다. 이 욕시험 외에 '달걀 한 개'라는 글이 있는데 유년시절 달걀 한개에 얽힌 가슴 따뜻하고 뭉클한 이야기, 우리가 살아온 세월의 끈끈하고 애잔한 가족의 모습이 녹아있는 글이다. 맨발동무 도서관 관장님이 동래새싹유치원 부모교육에서 잠시 읽어준 책인데 서너장을 읽었을 뿐이지만 '너거 아버지가 먹여살리는 사람이 자그마치 열넷(?기억이 정확하지 않음)이다'할때 울컥 목이 메고 가슴이 뻐근했던 기억이 난다. 꼭 한번 찬찬히 읽어보고 싶은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달걀 한개는 초등 고학년 교과서에도 수록되어 있다고 한다.

이 책, 욕시험에서 또 한가지 눈길을 끄는 것은 그림이다. 그림 그린이 장경혜에 대해 '어릴 때부터 뭐든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부모님과 형제들의 큰 골칫동어리였대요. 그래서 아무도 안 볼 때 괴로운 마음을 그림으로 그려 보았는데, 그러다가 이렇게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었네요...'라고 소개하고 있다. 특출하지도 똑부러지지도 못하는 아이가 내면에서 길어올린 그림 하나하나. 기성세대의 눈엔 이게 뭐 애들 장난이야 낙서야 할 수도 있는 그림이지만 자기만의 개성이 있는 독특한 삽화를 이 책에 어울리게 그려냈다.

 

주인공 야야와 어떤 면에서는 일맥상통하는 그림 그린이. 자기 모습 그대로 날개를 펴고 살고 싶은 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이야기와 그림이다.

출처 : 나다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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