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가 만나는 아이들

<그냥 좀 놔두지>

야야선미 2011. 11. 17. 13:33

 

<그냥 좀 놔두지>


점심 반찬에 버터구이 감자가 나왔다.

요 새알같은 걸 껍질은 어떻게 벗겼을까

새끼감자를 입에 넣고 한번 씹다가

아이!

버터 맛이 받쳐서 눈살이 잠깐 찡그려진다.

게다가 소금을 제법 낫게 쳤던지 짜기까지 해.

하긴 짠맛이라도 없으면 목에 넘어가지도 않겠다.

‘멀쩡한 감자에다가 버터 바르고 그거 못 먹을까봐 짜도록 소금까지 치고, 에이’

“쌤, 감자 맛있어요?”

다연이다. 속으로 궁시렁거리는 소리를 듣기라도 한 걸까

“맛있지. 근데 버터 맛이 너무 세서 별로네.”

“그지요오? 아아 진짜, 너무 느끼해.”

아이들도 느끼한 버터 맛을 싫어하는구나아

고개를 끄덕거릴 새도 없이 젓가락으로 밥판을 땅 치면서 내뱉는다.

“아, 감자를 그냥 좀 놔두지. 왜 이래 뭘 바르고 난리지”

내 속까지 후련하다.

“감자만 먹으면 좋은데, 아 진짜.”

다연이 달래가며 밥 다 먹도록 그 말이 맴돈다.

“감자를 그냥 좀 놔두지!”

그럼, 감자도 강도 뭣도 그대로 놔두면 되지.

그대로, 있는 그대로 (2011.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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