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덕 권정생 김수업 선생님

참새 / 이오덕

야야선미 2012. 8. 27. 14:52

 

참새 / 이오덕

 

참새들은

가난한 노점장수

 

길가에

나뭇가지에

지붕 위에

온통 잡동사니 물건을 펴 놓고

아침부터 부지런히 팔고 있어요.

 

이슬을 사세요 짹짹

풀잎을 사세요 짹짹

나팔꽃을 사세요 짹짹

향긋한 바람을 사세요 짹짹

하늘을 사세요 짹짹

붕어 새끼만 한 구름 조각도 사세요 짹짹

 

마구 헐값으로 팔겠답니다.

도맷값으로 넘긴답니다.

그래도 돈이 없으면

그냥 안고 가랍니다.

 

빛을 사세요 네, 짹짹

희망을 사세요 네, 짹짹

평화를 세숑 네, 짹째

기쁨을 사세요 네, 짹짹

노래를 사세요 네, 짹짹

웃음을 사세요 네, 짹짹

아가의 마음을 사세요 네, 짹짹

 

어른들도 가져가세요.

아이들도 가져가세요.

강아지도 가져가세요.

송아지도 가져가세요.

고양이도 가져가세요.

아무나 다 가져가세요.

 

상표도 포장도 없답니다.

그냥 한 아름씩 안고 가랍니다.

 

가게도 없이 아무 데나 마구 펴 놓고

아침부터 부지런히

하느님의 물건을 팔고 있는

 

참새들은 언제나

가난뱅이 노점장수.  <<하느님 물건을 파는 참새>> 이오덕 시/김용철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