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로 말고, 그냥 껴안고 엉겨 붙어 사는 거다.
창가에 졸로리 놓았던 작은 화분에
수박도 열리고 토마토 고추 오이도 열렸다.
주먹만한 수박을 따서
스무 두 조각으로 나누어 먹는다.
그래도 수박이라고
달달하고 시원한 수박 맛도 나고
수박 냄새도 난다.
서너 줌 흙에 뿌리내리고
사나흘에 한 번씩 주는 수돗물 받아먹고
이만큼이라도 자라주니
음, 고맙지.
암, 장하지.
겨우 손가락 두 마디만한 조각 하나 들고 입으로 가져가다
울컥 눈물이 난다.
수박 한 조각씩 들고 가
옹기종기 모여 먹는 우리 아이들.
저 작은 아이들이 마치
서너 줌 얕은 흙에 뿌리내린
저 수박 토마토 고추들 같아서.
든든하게 지켜주는 부모형제 울도 없이
거친 비바람 맞으면서
야트막한 땅에 겨우 실뿌리처럼 가느다랗게 서 있는…….
그래도 얘들아
조금 일찍 혼자 서는 거라고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먼저 내 길을 찾아나서는 거라고
마음 단단히 먹고, ……
쳇, 이게 뭐람. 갈수록 왜 이러냐고. 이게 무슨 위로가 된다고. 나도 어쩔 수 없는 꼰대밖에 안 되는 게지. 문집 마무리하느라 전에 끼적거렸던 글 찾아 마무리하다 말고 한참 멍하니 앉았다.
저 아이들이 걸어갈 힘들고 외롭고 무서울 그 길에, 고작 이 정도 감상이 뭔 소용 있담. 내가 아직 덜 아픈 거다. 아니, 아직 아무 것도 모르고 밝고 이쁘게 자라는 아이들 앞에 미리 겁낼 거 뭐 있어. 값싼 감상에 빠질 일이 아니지. 그냥 아홉 살 여덟 살 아이, 딱 그만한 아이들이랑 살면 되는 거지.
진짜 그냥 살기만 하면 되나? 저 아이들이 자라면 절로 힘이 생기나?
아우욱, 술 한 방울 입에 안 댔는데 왜 이렇게 횡설수설이냐. 아, 어서 내일모레 지나가고 우리 아이들이나 보고 싶다. 만나면 이런 건 아무 것도 아닌 걸. 그냥 피식 웃다가 으르릉대다가. 그렇게 껴안고 엉겨 붙어 살아지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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