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가꾸는 글쓰기

아이들 시 맛보기 시집 <자꾸 자꾸 말하고 싶어요>에서 -알로이시오초등학교 2학년

야야선미 2016. 1. 16. 09:45

문집 만드느라 아이들 글을 보고 있다.
글을 읽고 있는데, 이 녀석들이 점점점점 더더더 보고싶어진다.
지금 뭐하고 있을까?



쪽지 / 반효주

...

교리시간에 혜성이가 쪽지를 보냈다.
‘효주야, 나 뭐 줘.’
‘뭐?’
또 답장이 왔다.
‘딱지’
나한테는 딱지가 없다.
‘딱지 없다. 아님 샤프 굵은 거? 가는 거?’
그런데 또 답장이 왔다.
‘굵은 거가 좋은 거야? 가는 거가 좋은 거야?’
‘사실 가는 거 없어.’
‘굵은 거 주라.’
그런데 나는 굵은 샤프를 써야 된다.
‘싫어. 넌 뭐 줄 거야?’
‘뭐 줄까?’
‘뭐 있는데?’
‘사탕, 딱지, 네임펜’
그런데 이제 쪽지 적기가 귀찮아서
“사탕!”
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교리시간이 다 끝났다.



자꾸 자꾸 말하고 싶어 / 장신영


엄마가 큰 방에서 옷을 정리하고 있어서
나도 엄마 앞에 앉아 있었어요.
아무 것도 안 하고 그냥 앉아 있었는데
“아이고, 예쁜 딸”
엄마가 아무도 몰래 안아 주었어요.
엄마가 말했어요.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거실에 나가니까 인선이가 있는데
‘어어, 있지이.’ 하면서
하면서 머뭇거리고 말 안 했어요.
그런데 자꾸자꾸 말하고 싶었어요.
그래도 엄마하고 약속이니까
꾹 참았죠.
가슴이 쿵쾅쿵쾅거렸어요.




약 잘 먹는 온유는 지금 뭐 할까?
ㅎㅎ 요녀석^^



선생님, 내가 아파요. / 박온유

...

선생님, 내가 아파요.
알약을 놓고
숟가락으로 팍팍 쪼개어서
물을 숫가락에 사르륵 녹여요.
한 입 넣고 꼴깍꼴깍
몸에 들어가라.
맛은 퉤퉤 어휴우.
물을 마시면 약은 써.
몸이 간질간질해요
막 뛰니까 배안이
물컴물컹한 거 같아요.
나 약 잘 먹죠?



내 몸이 말을 안 들어요 / 양하준


청개구리 책을 읽었는데요
청개구리가 엄마 말을 안 들어요.
나도 청개구리처럼
엄마 말을 안 들어요.
내 몸이 제멋대로
그렇게 말을 안 들어요.
그래서 말 좀 잘 들어야 될 것 같아요.



진딧물 너는 생각을 잘못 하는구나 / 배효실

민들레가 힘들게 담 아래로 빠져나와
목을 쭉 내미는데
그 목에 달라붙어
영양분을 다 뺏어 먹니
다시 그러면
무당벌레 보고
잡아먹으라고 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