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부한 날 : 2007년 6월 21일 수요일
2. 날씨 : 오전 내내 후덥지근한데 아이들을 데리고 밖에 나가니 바람이 조금 인다.
3. 활동한 곳들 : 학교 꽃밭, 등나무 교실, 우리 교실
4. 함께한 아이들 : 사남초등학교 1학년 3반 아이들 열여덟
5. 준비물 : 꽃밭 살펴보기 활동지, 보기글 두 편, 글쓰기 공책, 필기도구
6. 우리반 아이들과 그동안 해온 글쓰기 공부
입학할 때 남학생 열에 여학생 여덟로 시작했다. 두어 달 뒤에 여학생 하나가 전학을 오고, 좀 뒤에 남학생 하나가 전학을 갔다. 지금은 남학생 여학생 짝이 딱 맞는데, 처음에 남학생만 둘 남아서 짝을 했다. 그 두 녀석이 얼마나 여학생 짝이 하고 싶었던지 여학생이 전학을 오던 날. 남아 있던 책상을 끌어다 놓고 손바닥으로 쓱쓱 쓸고 자리를 만들더니 “여기요, 여기”하면서 흥분하는 모습이 참 눈물겨울 정도였다.
글을 전혀 모르고 입학한 아이가 둘인데, 지금도 따로 공부를 하지만 좀처럼 나아지질 않는다. 부부 모두 일을 나가는 집이 많다보니 학교 마치면 공부방이나 학원으로 가서 저녁 무렵에 집에 가는 아이들이 많다. 공부방에서는 주로 문제집을 풀거나 받아쓰기를 하고, 학교 숙제를 가르쳐준다고 한다. 그런데 교실에서 보면 그 아이들이 오히려 뒤떨어지는 것은 왜 그럴까?
마음먹고 글쓰기 지도를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사월부터 아침 말하기 시간에 지난해에 썼던 우리반 아이 글을 읽어주기는 한다. 쓰기 시간이나 책을 읽고 그리기 할 때 지난해 일학년 아이들 글을 찾아서 읽어주고 교실 뒤에 붙여 두는 걸로 글쓰기 맛을 보였다.
5월부터는 월요일마다 주말 지낸 이야기를 하다가 차츰 글로도 쓰게 했는데, 그 때부터 글쓰기를 한 셈이다. 그동안 또래 아이들이 쓴 글을 자주 보여 주고 읽어주었다. 글을 고를 때는 주고받은 말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글, 본 것이나 한 것이 자세히 그려진 글, 모습을 잘 살려 쓴 글을 골랐다. 공부시간에 글 고치기나 글 읽고 이야기 나누는 것을 깊게 하지는 못했다.
6월 첫 주를 지나고부터 일기쓰기를 했는데, 집에서 어머니가 쓰라고 해서 두어달 전부터 써 오던 아이도 너댓은 된다. 교실에서 함께 일기쓰기 공부를 하면서부터 오늘처럼 공부시간을 온전히 떼내어 글쓰기 공부를 했는데 오늘이 네 번째다.
보기글 읽고, 글 이야기 나누고, 글 쓰고, 쓴 글 가운데 두어 편 읽으면서 이야기 나누고. 대강 이런 차례로 공부 했는데 네 번째쯤 되니까 제법 말문도 트이고 글을 읽고 묻는 말에 귀 기울여 찾아낼 줄도 안다. 기특하고 자랑스럽다, 이 녀석들이.
7. 글쓰기 전 활동 : 꽃밭 살펴보고 여름철 꽃 알아보기, 첫째시간, 꽃밭과 등나무 교실.
슬기로운 생활의 여름철 꽃밭 관찰하기 시간이다. 미리 여름철 식물과 과일, 채소들을 알아보고 직접 살펴보러 나간다. 밖으로 나가니 아이들이 펄펄 살아 움직인다. 막상 나가 봐도 제대로 풀이고 꽃이고 참 귀하기 이를 데 없다. 그 흔한 토끼풀도 우리 학교에는 보이지 않는다. 몇 평 안 되는 교재원에 아이들이 들어가 망칠까봐 함부로 만지지 말라고, 꺾이지 않게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제법 의젓하게 살펴보고 뭐라뭐라 적는 아이도 몇몇 있지만, 너댓씩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언제 보고 언제 그려볼 것인지 걱정되는 아이들이 더 많다. 꽃밭을 먼저 다 돌아보고 꽃 이름도, 채소 이름도 가르쳐 주고 나서 가장 마음에 끌리는 것을 하나 정해서 동무 삼자 했는데. 저렇게 몰려다니다가 언제 눈여겨보기나 하겠나 싶다.
꾹 참고 참견 안 하는 것도 참 힘든 일이다. 나중에 이 활동 끝나면 함께 글도 써 봐야지, 내 혼자 이렇게 마음먹고 있으니 나만 안달이 날 수 밖에.
그래도 시간이 되니 하나 둘 등나무 벤치로 오더니 활동지를 펴놓고 제법 정리를 한다. 뭘 보고, 뭘 생각했을까 싶다.
8. 글쓰기 전 활동 : 글맛보고 함께 이야기 나누기, 둘째시간, 우리 교실
지난해 일학년 우리반 아이들 글 두 편을 크게 복사해서 모두 하나씩 나누어 가지고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 먼저 예진이 글부터 읽는다.
2006년 6월 21일 수요일
날씨: 햇빛은 없는데 더워요. 교실에 선풍기 깨끗이 씻었어요.
<내 친구는 가지예요>
아낌이들은 채소밭을 갔다. 나는 가지를 관찰해다.
가지는 보라색인데 꽃도 보라색이다. 꽃에 보라색이 더 예쁜다. 보라색꽃안에 연보라색이 또 있다. 나는 가지는 싫어는대 가지꽃이 넘 예쁘서 나는 가지를 친구한다. 그림을 그려다. 그런데 가지는 미끌미끌하고 반짝반짝한다. 만져보면 좋겠다. 내가 손을 대는데 정민이가 “만지면 안되거든.” 하고 말했다. “선생님이 만지면 죽는다고 했거든. 인자 가지 죽거든” 하고 말했다. 그런대 가지가 말라죽으면 안되는데 걱정 댄다. 그런대 집에 갈 때 채소밭에 가 봐야겠다. 내 친구하면 잘 도와주야대는데 말라죽으면 나는 어떻게하지 후해된다. 나는 오늘 반성했다. 만지면 안된다고 하는 거는 절대로 안만지겠다고 후해했다. 참 그런대 가지는 매끌매끌한대 줄기는 까글까끌하고 가시도 있다. 그래도 꽃은 넘 예쁘다. (신평초, 남예진)
글을 읽다가, 정민이가 말한 부분을 아이들 말투로 읽었더니 모두 까르륵 웃는다. 아이들하고 같이 정민이 말을 흉내 내어 읽어본다.
<글 내용 이야기 나누기>
예진이는 무엇을 하고 쓴 것 같아요?
- 우리처럼 식물 관찰하고 썼어요.
예진이 글을 읽고 무엇을 알 수 있었어요?
- 가지는 까끌까끌하고 가시도 있는 걸 알았어요.
- 가지는 보라색인 걸 알았습니다.
- 가지는 꽃도 보라색인 걸 알았습니다.
- 식물은 만지면 죽는다고 했어요.
- 예진이가요 후회하는 걸 알았습니다.
<자세히 쓰기에 대해>
우리 학교에는 가지도 없는데 어떻게 가지에 대해서 그렇게 많이 알게 되었어요?
- 예진이가 잘 썼어요.
- 자세하게 잘 썼어요.
무엇을 자세하게 썼지?
- 가지에 대해서요.
- 가지를 관찰한 것을 자세하게 잘 썼어요.
- 가지를 보고 알게 된 것을 잘 썼어요.
<들은 말을 실감나게 살려 쓰기>
음, 예진이가 본 것을 자세히 잘 살려 썼구나. 그리고 또 잘 썼다고 생각하는 것은 없어요?
- 가지를 만질라할 때 정민이가 말한 것을 잘 썼어요.
- 말하는 대로 썼어요.
- 재미있게 썼어요.
무엇이 재미있는데?
- 정민이가 말했는 것이 재미있어요.
아까 예진이 글 읽을 때, 따옴표 안에 있는 말은 어떻게 읽었어요?
- 정민이처럼 흉내 내면서 읽었어요.
그럼 한 번 더, 우리가 정민이가 된 것처럼 읽어볼까?
모두 함께 소리 내어 정민이가 말하듯이 해 본다. 그리고 칠판에다 크게 쓴다.
<내가 손을 대려고 하니까 정민이가 안된다고 했다. 만지면 죽는다고 했다.>
예진이가 이렇게 썼으면 어땠을 것 같아?
- 정민이가 말하는 것처럼 안돼요.
진짜 그런가 소리 내어서 읽어볼까요?
- 다함께 소리 내어 읽는다.
어때요? 아까하고 같이 돼요?
-아니요.
그렇지? 정민이 말한 고대로 살려 쓴 것은 진짜로 정민이가 말하는 것처럼 읽어지지?
-네에.
<글쓴이의 마음 읽기>
그래, 들은 그대로 살려 쓴 것도 아주 좋아. 또 잘 썼다고 생각한 것은 없어요?
- 반성했는 마음도 잘 썼어요.
- 자기가 잘못했다는 것을 후회했어요.
아, 여러분도 예진이 마음을 알았구나. 예진이가 반성하고 후회한다는 걸 어떻게 알았어요?
- 나는 오늘 반성했다.
- 후해했다 적어놨잖아요.
으음, 나는 그것만 가지고 예진이가 마음을 잘 모르겠는데.
- 아, 있어요. ‘집에 갈 때 가봐야겠다’ 요
왜 집에 갈 때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을까?
- 진짜로 가지가 죽었을까봐서요.
- 가지가 잘 있는가 볼라고요.
그렇구나. 나도 그 말 듣고 이 부분 읽어보니까 예진이가 가지 걱정하는 것을 알겠다.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고 글 쓴 사람 마음까지 다 알아볼 수 있고, 아아 여러분 참 장하네.
<글쓴이에게>
이 글 읽고 나니까 예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 없어요?
- 정민이 말을 들은 대로 잘 썼어.
- 글자 틀리는 것 말해 줄게, 넘 예쁘다는 너무 예쁘다로 써야지.
- 후해 된다가 아니고 후회가 맞아.
- 예진아 가지를 잘 관찰했네. 나도 예진이 글 읽고 가지를 잘 알게 됐어
- 예진아, 선생님이 만지지 말라는 것은 절대 만지지마. 그러면 착한 사람 아니야.
<잘못 부려 쓴 말 짚어주기 - 한 번에 한 가지쯤>
아참, 여러분이 말 안한 것 가운데 나도 꼭 말하고 싶은 게 있어요.
<넘 예쁘다>를 칠판에 쓴다.
이건 어떻게 고친다고 했더라?
-너무 예쁘다로 써야 돼요.
그렇구나. ‘너무’를 ‘넘’으로 줄여서 썼구나. 그래요. 이렇게 함부로 줄여서 쓰는 것은 좋지 않아요. 본디말을 그대로 살려서 쓰는 것이 좋다고 해요.
아, 잠깐! 여기 이 글을 읽어보세요. 컴퓨터 화면에 크게 보여준다.
모두 다 ‘너무’가 들어간 문장이에요. ‘너무’가 바르게 쓰인 문장도 있고, 잘못 씌어진 문장도 있어요. 한번 찾아보세요.
제대로 찾지 못하면 조금 있다가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 ×표를 해 보인다.
1) 언니가 내 지우개를 가져가서 기분이 너무 나쁘다.( ○ )
2) 내 짝이 생일잔치에 초대해서 나는 너무 좋다.( × )
3) 비가 오니까 하늘이 깜깜해서 너무 무서웠다.( ○ )
4) 우리반은 토요일에 수영장을 간다. 너무 기다려진다.( × )
5) 도라지꽃이 너무 예쁘다.( × )
6) 문방구점에 개가 너무 무섭다.( ○ )
어떤 것에 ○표, 어떤 것에 ×표를 한 것 같아요?
- 맞는 것에는 ○표, 틀린 것에는 ×표 했어요.
한번 잘 보세요.
- 아아 기분이 좋은 것은 ×표예요.
- 기분이 나쁘고 무서운 거는 ○표예요.
와아 잘 찾았어요. 그럼, ×표된 것을 어떻게 고치면 될까?
2번 문장을 보세요. 2번 문장에 있는 ‘너무’는 어떻게 고치면 될까?
- 참, 아주
잘 고쳤어요. 4번 문장에 있는 ‘너무’는?
- 정말, 진짜, 아주
5번 문장에 있는 것은?
- 정말, 참, 아주, 무척
참, 정말, 아주, 무척을 넣어 문장을 고쳐 읽어본다. 모두 입을 맞추어 재미나게 읽는다. 아이들은 이렇게 살짝 튕겨주면 찾아낸다. 일학년 아이들도 이 정도 낱말은 부려 쓸 수 있다.
<잘못된 생각 짚어보기>
한 가지만 물어볼게요. 예진이는 가지 줄기가 까칠까칠한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 만져보고요.
선생님이 만지지마라 해서 안 만졌으면 알 수 있었을까?
- 모를 것 같아요.
그래, 예진이가 궁금해서 살짝 만져봤으니까 그것도 알 수 있었거든. 자기가 관찰할 때 꼭 필요한 것은 좀 만져 봐야할 것 같아. 내가 절대로 만지지 말라고 한 것은 잘못 한 것 같지? 여러분이 너무 많이 만져서 꽃이 다치고 열매가 다칠까 봐 그랬는데. 손으로 만져봐야지만 알 수 있는 것은 아주 조심스럽게 한번쯤 만져보는 것은 괜찮겠다.
- 그러면 나중에 만져 봐도 돼요?
음, 꼭 만져봐야 알 수 있는 것만! 자아, 그럼 이번에는 이 글을 한번 볼까?
- 다함께 읽기
2006년 6월 21일
날씨: 아침에는 분명히 햇빛났다.
<토끼풀 친구>
나눔이들은 꽃밭에서 밨다. 아기씀바귀꽃이 많이 있었다. 아기씀바귀꽃은 키가 좀 큰다. 내 무릎정도까지 온다. 근데 꽃이 작다. 꽃 색깔은 노란색이다. 토끼풀꽃은 키가 더 작다. 내 발까지 온다. 근데 꽃은 더 크다. 하얀 꽃이 동그랗게 생겼다. 옥수수 과자같이 생겼다. 전에전에 우리반 선생님하고 토끼풀 반지를 만들었느데 나는 시계도 만들었다. 또 만들고 싶다. 나는 토끼풀꽃이 인자 내 친구다. 그러데 아이들이 목걸이도 하고 반지도 하고 시계도 하면 안대겠다. 토끼풀꽃을 다 따면 안되니까. 그런대 토끼풀 왕관은 절대로 안된다. 왕관을 만들면 우리학교 꽃밭에 토끼풀을 다 없어질거다. 나는 내 친구를 돌봐주야된다. 집에 갈 때는 누가 지켜주지? 다 커서 민들레홀시처럼 씨 되서 날아갈때는 좋겠다. 그러데 나는 토끼풀홀시는 모른다. (지하은)
그런데 너무 욕심을 부렸다. 글 한편 이야기 했는데 자세가 다 풀렸다. 앉음새는 이미 흐트러지고 마음은 딴 데로 가고 있다. 이럴 때는 간단하게 이야기하고 넘어가야한다.
하은이는 무엇을 하고 나서 썼을까?
- 하은이도 꽃밭에서 관찰한 것을 썼어요.
그래요, 하은이도 예진이처럼 식물을 살펴보고 썼어요. 예진이 글하고 어떻게 다른지 생각해 보고 우리도 아까 했던 것을 써보겠습니다.
벌써 한 시간 끝날 때가 되어간다. 글 이야기하는데 이십분 넘게 걸렸다. 지겨울 만도 하다
9. 글쓰기 : 둘째, 셋째시간, 우리 교실
글쓰기 공책을 펴놓고 첫머리에 날짜 쓰는 것과 날씨 쓰는 것 까지는 하나씩 함께 한다. 지난주부터 일기쓰기를 시작했는데 날짜 쓰고, 날씨 쓰고 시작하는 것을 아직 잘 못한다.
“자아, 그러면 우리가 꽃밭에 나가서 살펴본 것을 떠올려 보세요. 무엇을 보았는지, 어떤 모습이었는지, 누구랑 했는지 천천히 생각해 보세요. 알게 된 것을 써도 되고, 살펴보면서 있었던 일을 써도 됩니다.”
글자를 못 익힌 유진이와 남주를 빼고는 모두 머리를 숙이고 쓰기 시작한다. 아직 한글 낱자 쓰기도 마음대로 안 되는 유진이와 남주는 꽃밭에서 본 것을 그리게 하고 다른 아이들은 모두 글쓰기 공책에 바로 쓰라고 했다.
글 이야기를 오래한 탓에 쉬는 시간이 다 지나도록 쓴다. 꽤 오래 마음 모아 글쓰는 아이들을 보니 머리를 박고 엎드려서 쓰건, 연필을 삐뚤하게 잡았건, 왼손으로 쓰건 모두 다 예쁘다.
10. 아이들이 쓴 글
날씨: 많이 더워요
<채송화 관찰>
나는 오늘 학교뒤에 꽃밭에 친구들과 같이 채송화 꽃을 관찰했다. 그림도그렸다. 그런데 채송화꽃이 흰색도 있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바람이좀불어서 내종이가 날아갔다. 기창이가 모르고 찌그러 지게했다. 화가났다. 내가 기창이한테 내종이 물어내라했다. 기창이가 미안하다고했다. 그냥 괜찮다고했다. 다시 채송화를 관찰했다. 재밌었다. 친구들이 그림을 나한테잘그렸다고 했다. 재밌었다. (황민석)
-> 민석이는 왼손으로 쓴다. 그래도 글씨가 반듯반듯하고 띄어쓰기도 제법 잘 하는 편이다. 책을 많이 읽어 아는 것도 많다. 다른 아이가 조금이라도 잘못하는 것을 못 참아서 짜증을 내거나 일러주는 날이 많다. 자기에게 귀찮은 일이건 자기와 상관이 없는 일이건 잘못한 꼴을 못 보겠다는 아이다. 그래서 그런지 민석이 글은 늘 뭔가 메마르단 생각이 든다. 자주 다독거려서 동무들을 너그럽게 보는 마음, 둘레를 아끼는 마음을 키워주고 싶은 아이다.
날씨:흐리고안조음
나는 도라지를그렸다. 채송화를그리라고했는데 어려워서못 그렸고 그데신 도라지를 그렸다. 아주아까웠다. 그레도재미있었다. 선생님이랑한박기를 돌면서 꽃종류를가르쳐주셨다. (곽상욱)
->한 삼분은 가만히 있을까? 상욱이는 늘 무언가를 만지작거리거나 뒤로 돌아보거나 가방을 뒤적거리거나 종이를 구겨서 뭘 만들거나 한다. 그림을 그려도 혼자 다른 것을 가지고 놀다가 다른 아이가 마치고 내기 시작하면 그때야 후다닥 해치운다. 글을 써도 그렇다. 그래도 대견한 것은 그림을 그리면 무엇이든 특징이 나타나게 아주 빠르게 그려낸다는 것이다. 글을 써도 그렇다. 글씨는 날아가고 띄어쓰기 같은 건 신경 쓰지도 않지만 이렇게 몇 줄을 금방 써낸다. 한참 놀다가.
날씨:장마지만했볕이쨍쨍해요
<채송아는내가새로사긴치구>
학교에서식물 관찰하기를했어요. 그래서내친구는 채송아에요. 너무(아주)예쁘고색깔도 알록달록 아주 많찮아요. 그래서내친구에요. 최주은도채송아에요. 새로지은이름은달록이에요. 왜냐면 색깔이알록달록많찮아요. 무슨무슨색이있야면요. 하양색, 빨간색, 주황색, 분홍색, 있어요. 정말 많치요.
“주은아 너채송아무슨무슨색있는줄아니” “응” “무슨색” “하양색, 분홍색, 빨간색, 주황색” “딩동댕동 잘맜추네” “근대너무덥지않냐” “응덥네”“나다해다”“나도다했다뭐”“은자우리갈까”“잠시만”“왜”“너그림그렸냐”“아니”“나도”“우리그림그리자”“그래”
딩동댕딩동당둥딩동당딩 “쉬는시간끝난내”“우리교실안에서하자”“그래”“다했다”“나도”“선생님한태같다주자”“그래” 정말재미있었어요. (박민영)
-> 민영이는 입학하고 두어 달쯤 있다가 전학을 왔다. 처음 전학 오자마자 어찌나 재잘재잘 이야기를 잘하는지 적응하지 못할까봐 걱정하는 일은 없었다. 늘 입을 열고 뭐라뭐라 종알종알 대어서 공부시간에 이름을 많이 불리기도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생글거리는 아이다. 이 글을 읽으니 재잘재잘거리는 민영이가 그대로 내 앞에 서 있는 것 같다. ‘너무 예쁘고’를 썼다가 제 손으로 (아주)하고 고친 것이 보인다.
날씨:비가와서 추웠어요
<채송화 랑 친구된날>
슬기는 학교둿산에갔다. 나는 민영이랑 채송화를 관찰 했다. 채송화는 한가지 색깔만 있는줄알았는데 빨강,주황,분홍,도 있었다. 그런데 채송화가 실로 되어 있는것같다. 선생님이 꽃을 만지면 다 시든다고 하셔서 나는 꽃이 아주 예뻐서 나는 채송화를 친구한다. 그런데 그림이 잘 안그려지지만 나는 채송화가 참 예뻤다. 또 민영이랑 같이 하니 아주 재미있었다. (최주은)
->주은이는 우리반에서 잘하는 축에 드는 아이다. 그림을 그려도 노래를 불러도 글을 읽어도 늘 돋보인다. 글을 써도 틀리는 글자가 적고 띄어쓰기도 제법 잘하는 편이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이 처음보다 아주 좋아진 것에 비하면 좋아지는 것이 더디게 보이는 아이다.
날씨:아주더워어요
<맨드라미꽃이쑥쑥클대>
저는집마당에서맨드라미꽃을보고맨드라미꽃이쑥쑥자라서예쁜꽃을피우고더자라면먼진꽃을피우면좋겠어요. 그리고나는맨드라미꽃이다를꽃보다맨드라미꽃이더예쁘다고합니다. (신승하)
->승하는 위로 고등학생 형이 둘 있다. 그러니까 늦둥이인 셈이다. 승하 아버지는 사고를 만나 몸에 깊은 화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데 근 일년이 다 되었다고 한다. 승하어머니가 세 아들 거두랴 집안 살림 챙기랴 병원 가서 남편 돌보랴 아주 힘든 형편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승하는 키도 우리 반에서 제일 크고 몸무게도 제일 많이 나간다. 그런데도 아주 순해서 아이들이랑 잘 지내는 편이다. 학교 꽃밭에서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고 집에 있는 맨드라미를 동무하고 싶다더니 이렇게 써냈다. 아직 띄어쓰기를 전혀 안한다.
날씨:공부를했는대 햍볕
<공부를했는대기분이좋다>
오늘은 아이스크림 을먹었다오늘은내생일이었다 최고로조않다 생일모자를썼다 게임을 해주었다 공부를내부터빨리하였서 엄마가 좋아하셨다 밤에부턴 내부터잖다그런대 아빠가 잠을못자 개했다. 그레서 조금받개 못잖다.
내가 빨래를 걸었는데나는계속하고있었다. 그런대 아빠한태물었다 아직도형아자고있었다고그런대아빠가형아한태물었다 빨리정운이빨래걸는겄을물었다. 그래서 형아가 네라고말했다그래서아빠한테형아가 시비를걸었다. 그래서아빠한테30십떼나혼났다. 손도벌걷고 뒤에다리 염에 다리도 피가 났다. 엄마가 고처주웠다 발리나았쓰면좋겠다 하느님한테기도를했다 하느님 아버지 형아다리를빨리났게헤주세요 하는님아버지를밎사옵나이다 아멘 (여정운)
-> 정운이는 자기 속을 잘 보이지 않는 아이다. 동무들한테나 나한테나 말을 잘 하지 않는다. 자기에게 꼭 필요한 말만 하고 늘 조용히 논다. 아이들 노는 것에 관심이 없는 것 같지는 않은데 혼자서 구경을 하는 쪽이다. 오늘 했던 일을 써보자고 했는데 정운이는 어제 일기를 썼다. 읽어보니 이 일을 쓰지 않고는 못 배겼을 것 같다.
첫 부분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정운이네 모둠이 칭찬을 많이 받아 아이스크림을 먹겠다고 해서 사줬더니 그게 좋았던 모양이다. 생일이라 앞에서 주인공 했던 일도 마음에 남았던 게지.
그런데 그 다음부터는 형아 이야기인데 어린 마음에 얼마나 상처가 되었을까 싶다. 아이들 앞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고 지금은 그냥 집으로 보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자꾸 정운이가 눈에 어른거린다. 그래도 글쓰기공책에 이렇게 쏟아내고 간 정운이가 얼마나 고마운지.
날씨:맑음입니다
<꽃들이 관찰를 했습니다>
학교뒤에 식물 을관찰했습니다. 그림을 조금만 그리고들어 갔다. 신승하 는 먼저색칠 을했다. 몰어 게다는생각을 했습니다. 고추도밖습니다. 초롱이 꽃도밖습니다. 친구들하고 그렜는데 너무 더워서 그널에 공부를 했다. (이상현)
-> 상현이 어머니는 필리핀에서 시집을 왔다. 아직 우리말이 서툴러서 어쩌다 만나도 말을 잘하지 않고 웃기만 한다. 상현이 아버지는 택시운전을 하는데 그런 엄마 밑에서 크는 상현이가 안쓰러워서 늘 걱정이다. 상현이 공부에 아주 힘을 기울여서 아버지와 받아쓰기 공부를 해오는 날은 언제나 백점이다. 그런데 아직도 교실에서 혼자 쓰게 되는 날은 이렇게 틀리는 글자도 많다. 이 정도는 아주 걱정할 정도는 아니어서 나는 상현이에게는 틀린 글자 고치란 말을 하지 않는다.
그것보다 상현이는 우리말을 잘 못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란 탓인지 발음도 분명치 않고 말하는 것도 꺼리는데 그것이 더 걱정이다. 처음 입학했을 때보다는 자주 말을 하지만 아직도 큰 소리로 교실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래도 글을 쓰면 이렇게 마음속을 열어 보이니 그나마 다행이다. 교실에서 마음 놓고 떠드는 상현이를 기대하면서 나는 자꾸 상현이한테 장난을 건다. 그래도 아직은 웃기만 할 뿐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금장화꽃은 내 친구예요>
근장화 꽃은 내 친구예요 언재나 보기만 해도 정말 예뻐요. 이름은 나리고 색깔은 노랑색과 빨간색 이예요 내가 재워줄만 해요 지금도 생각이 마구마구 나서 참 공부를 못 하겠어요 나는 안 만칠거 예요 왜냐하면 식물은 조금 이라도 만치면 바로 죽어요 내가 재일 기여운 생명인데 당현히 죽이면 안 되조 엄마도 좋지만 식물들의 꽃도 조아요 무척 조와요 월래 내친구는 세명되는데 내가 새로삭인 내 식물 친구도 생겨서 참 조와서 눈물이 흘릴 것 같아요 식물아 사랑해 또 다음에 새로 만나자 다른 새 친구도 삭일거야(권기원)
-> 이럴 때 아이들하고 공부하는 맛이 나기도 한다. 기원이는 ‘너무’를 참 많이 쓰는 아이다. 조금 전에 글 맛보기하고 고치기할 때 ‘너무’를 ‘참, 무척, 아주’를 찾아내서 칭찬을 받더니 이렇게 모두 다 고쳤다. 어제까지 ‘너무’라고 썼던 것을 이번 글에서 모두 ‘정말, 참, 무척, 참 조와서’라 바로잡아 썼다.
날씨: 너무너무->아주아주 시원했다.
<내 친구는 보라색 별이에요.>
나는 도라지 꽃을 내친구로 했어요.
내친구는 별모양이에요. 도라지꽃은 보라색 연보라색 하양색 3종유가이어요.
그래서 참예쁘지요. 나는 도라지가 실은되이제좋와 져어요. 아주 예뻐서 나는 만지고 싶지만 만저면죽의 까바못 만저어요. 도라지꽃이 미끌미끌 할 갓아요. (최세윤)
-.세윤이도 날씨에서 ‘너무너무’로 썼다가 ‘아주아주’라 고쳤다. 그리고 ‘참예쁘지요, 아주 예뻐서’에도 ‘너무’를 쓰지 않고 바르게 쓰고 있다. 세윤이는 기원이랑 짝이다.
11. 글을 쓰고 나서 :
1) 너무 라는 말을 안 쓰고 바르게 고쳐 쓴 것이 많이 보인다. 이렇게 한번에 한 가지라도 바로 잡아가면 잘못 부려 쓰는 말들을 차츰 바로잡을 수 있겠지.
2) 주고받은 말을 살려 쓰는 것은 참 어렵다. 한 두 번 이야기를 한다고 바로 고쳐질 일은 아닌 것 같다. 글 맛보기할 때마다 조금씩 해 보아야할 것 같다.
3) 띄어쓰기 공부는 아직도 큰 숙제다. 자꾸 읽고 보면서 하는 방법밖에 없나? 낱말이란 개념을 아직 잘 모르는 아이들하고 어떻게 들어가야 쉽게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풀어서 보여 줘야할지 그것이 참 어렵다.
3) 지난해 보다 글쓰기 공부를 아주 늦게 시작했는데 방학하기 전까지 몇 번 더 해야 할 것 같다. 방학하면 집에서, 학원에서 일기쓰기를 가르칠 텐데 학교에서 나하고 글쓰기 공부를 좀 더해서 보내면 마구 휘둘리지 않을려나? 그 생각을 하면 마음이 바쁘다. 그러다가 내가 아이들을 너무 힘들게 하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2007년 6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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