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우리끼리 노는 이 사랑방에서는 조금 잘못된 표현이다 싶으면 가끔 재미삼아 태클도 걸고 내 나름으로 고쳐보기도 했지. 그런데 그걸 하다보면 미안할 때도 있고, 글 전체를 두고 이야기 나누는데 좀 생뚱맞게 들리겠다 싶기도 해. 그럴 때는 눈에 보여도 그냥 넘어가기도 한다. 여기 사랑방뿐 아니라 여기저기 글을 보거나 학교에서 회의를 할 때, 그냥 이야기를 주고받다보면 귀에 탁탁 걸리는 말들이 더러 있어.
글을 읽을 때는 좀 잘못된 말이다 싶으면 내 혼자 밑줄 긋고 고쳐보고 나도 이런 실수 안 해야겠다 하고 넘어가지. 뭐어 아는 사람이 쓴 글일 때는 생각나면 말해주기도 하지만 글을 보고 함께 공부하는 자리가 아니고는 그것도 쉽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더라.
이야기를 하다가 또 학교에서 회의를 할 때 잘못 쓰는 말이 나오면 그게 참 귀에 거슬려. 이것도 병이지 싶다. 뭐어 나도 잘못된 말을 쓰기도 하고, ~적 ~적 이런 걸 못 고치고 입에서 불쑥불쑥 나오기도 하면서 남들이 잘못하는 말은 자꾸 귀에 박히거든. 그게 병이지. 어떤 때는 듣고 있다가 정말 못 참겠다 싶어 고쳐 말해주고 싶어. 그런데 그럴 때도 그냥 침만 꿀꺽 삼키고 넘어가. 회의 흐름을 끊을 수도 있겠다 싶고, 이야기를 잘라먹는 꼴이 되겠다 싶더라고.
이번에는 한나절과 반나절에 얽힌 이야기야.
다들 아시다시피 한나절은 하루 낮의 반, 그러니까 반날, 한자말로 보면 반일(半日)을 말하지. 좀 비껴가는 말이긴 한데 우리 아는 어떤 사람들 글에 잘 나오는 ‘사전을 찾아보면~~’ 이게 참 거슬리데. 그래 ‘사전에 어쩌구’는 안 쓸라고 하는데, 하여튼 사전에도 딱 저래 쓰여 있다. <하루 낮의 반, 반날, 반일(半日)>
한나절이 하루 낮의 반이니까 아침부터 점심까지, 또는 점심부터 저녁까지가 한나절이 되지.
그런데 또 이 말을 잘못 쓰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아. 고쳐줘야겠다 싶다가도 ‘참 나서기도 잘 나선다’ 할까봐 그냥 넘어가. 넘어가긴 하는데 이 한나절과 반나절은 아주 차이가 나니 그냥 넘어가고 나면 자꾸 마음에 걸린다.
가까이는 우리 회보에서 보았지 아마? 사무실 공부방을 빌려주고 사용료를 얼마 받는다는 안내글이었는데. <글쓰기회 회원이 강의 목적으로 빌릴 때 반나절 3만 원, 하루종일 5만 원씩 받고 비회원이 빌릴 때는 반나절 5만 원, 하루종일 8만원으로 한다.> 이 글을 읽으면 고치고 싶은 말이 몇 군데나 있어.
다 그만두고 ‘반나절’만 얘기하고 싶어. 하루 종일 5만원을 받고 반나절에 3만원이라는 말을 보면, 여기서 말하는 반나절은 아침부터 점심때까지나 점심부터 저녁까지를 말하는 것 같아. 그렇다면 반나절이 아니고 그게 바로 한나절이거든. 반나절은 이 한나절의 반쯤 되는 시간을 말해. 시간이 그렇게 차이가 나니 이게 작은 문제라고 볼 수가 없거든. 처음에 글 읽고는 전화를 할까 싶기도 했는데 뭐어 보통 때 전화도 안하다가 이걸로 전화를 하는 것도 참 그렇더라고. 그냥 넘어갔는데 자꾸 생각이 나네.
우리 학교에서는 이것 보다 더 한 일도 있었어.
우리 학교에서는 있지. 한동안 안하던 방학 당직 이야기가 나왔어. 처음에는 선생님들이 당직 없어진 지가 언제냐 하지말자 하고 딱 잘라버리데. 그러다가 교장 교감 선생님만 학교에 나오니 너무 힘이 든다, 몇몇 부장도 돌아가면서 나와 주긴 하지만 여러 선생님들이 하루만 나와 주면 서로 부담이 없을 것 아니냐, 서로 좀 돕고 살자, 이야기는 뱅뱅 돌고 돌더니 결국 모두 한자리에 모여 회의를 하게 되었지.
회의를 하면서도 이야기는 뱅뱅 돌기만 하고 잘 풀리지가 않더라고. 맨날 ‘학교를 위해’, ‘아이들을 위해’ 하면서 봉사 아닌 희생봉사를 강요받던 선생님들이었잖아. 그러니 이제 더는 안 하게 된 걸 가지고 또 말하고 싶지 않다는 거였지. 길고 긴 이야기를 다 할 필요는 없고. 처음에는 하루 나와서 할 수 있지않느냐, 긴 방학동안 하루도 못 나오냐 하다가 좀 물러서서 아침 먹고 나와서 반나절만 해 달라고 해. 다른 일로 섭섭한 것도 맺힌 것도 많은 선생님들은 하루도 반나절도 문제가 아니고, 우리가 당직 없애려고 얼마나 애를 썼느냐, 그런데 그걸 또 한다는 말이냐 하고 옥신각신 했지.
그런 가운데 자꾸 걸리는 말이 이 반나절이란 말이야. 얼핏 들으면 반나절, 그 두어 시간을 못해 주겠냐 싶거든. 그런데 반나절만 해달라고 하는 쪽이나 안 된다고 하는 쪽이나 다 한나절을 두고 말을 잘못 쓰고 있는 거야. 아침 먹고 오전동안 해달라는 말이었거든. 여기서 이야기를 끊고 시간을 분명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 그런데 그때는 당직을 하느냐 안하느냐로 싸우고 있어서 한나절이나 반나절이나 뭐 그리 중요하지 않겠다 싶어 그 말에 대해서는 침만 꿀꺽 삼키고 있었어. 회의는 참 지루하게도 끌었어.
한참 뒤에, 좀 생뚱맞게 들리긴 하겠지만 한 마디 짚고 넘어가야겠다, 한나절과 반나절은 이러이러하게 차이가 난다, 그걸 생각하고 다시 이야기를 해 달라 하고 말을 했어.
교장은 “그런 걸로 트집 잡지 마라, 그기 뭐 중요하노? 다아 알아 들으면 되지.” 하더라. 이미 마음이 상할대로 상한 사람들이라 서로 고집만 세우다가 길고 지루한 회의는 끝이 나고 당직을 안 하게는 됐어. 그런데 며칠 있다가 학교밖에 아는 이를 만났는데,
“야아 너거 전교조들 너무 하는 거 아이가? 길고 긴 방학 동안 하루 그것도 반나절만 나오는 것도 안 된다 했다면서?”그라는 거라. 미처 뭔 말도 못하고 있는데
“너거 너무 그래 하지마라. 한 두어 시간 봉사할 수도 있지 뭘 그래 따져 쌓노?”
우리가 왜 당직하는 걸 반대했는지 깊은 사정을 다 말할 수도 없고, 반나절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그이한테 우리는 참 야박한 전교조라는 욕만 들었어. 사실 아침 먹고 두 시간정도만 나와 달라고 했으면 선생님들이 처음부터 그렇게 빡빡하게 나오진 않았을 거거든. 방학동안에 하루도 못 나오냐고 우기던 교장은 끝에 가서는 아침부터 점심까지는 꼭 나와야된다고 우겼는데, 밖에 나가서도 한나절이라 않고 반나절이라고 말했던 모양이야. 그러니 말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들으면 전교조 그것들 두어 시간도 못해줘? 그래 싶었을 거고. =3 =3 공부하다가 쉬는 시간마다 조금씩 쓰다보니 반나절 이야기 가지고 한나절을 끌었네.^^ (2007. 6. 14. 부산글쓰기회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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