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한 아이들 : 사남초등학교 1학년 3반
들려준 때 : 2007년 9월 9일 한글날 아침
이 글을 고른 까닭 :
요즘 한참 글 쓰는 재미에 빠져 날마다 글을 써오는 미진이 글을 소개하고 싶다. 그리고 마침 한글날 아침이라 미진이가 글을 쓸 수 있게 되면서부터 하고 싶은 말을 이렇게 마음껏 쓰는 기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처음에 글자를 모를 때 미진이가 얼마나 어려워했는지 아이들이 모두 알고 있으니까.
2007년 10월 8일 (월) 날씨:맑음
어제민준이와나와 가치 해바라기씨았을 시으로갓는데 마난개 꽃이핀다면친구들을 불러와서자랑을할거십니다 그리고마난에 꽃생일이왔다면 우리반친구들과선생님 과생일잔치를할거심니다 해바라기꽃생일이예요 집에서는요 집에서초코파이상자를 가방으로 만들어거더요 그리고 엄마와공부를 했는데 갑자기아빠가 와서엄마는 아빠한태 엄마가 머라고말했는데 엄마가 짜증을내더라고요 머때문에짜증을냈는지 지금도모라요. 이제 아까는 제국이오빠야가 우리집에놀러왔는데침 대에누였대 근대제국이 오빠야가기분이 쫀다고했어요 나도 옆페서 모래시게각고 시간놀이를헷서요 제국이오빠야가오니까 아주조앗서요 아 어제부터아직 까지기뻐요 그런데 걱정데요 엄마가 머 때문에 짜증을내슬까요
아참 근대요 선생님은 내가 일기날마다 내니까좋 아요? 아래께말했지요? 미진이 이자 하고 시포말 잘쓰네 나는그때 선생님이 참 미인같아서요 나는 선생님이 그렇케미인인줄 몰랏서요 나는 선생님이좋앗서요 나는 일기가 좋앗서요 자꾸자꾸 쓸거에요 일기쓰면 기분좋고 산쾨해요 인자 내일쓰께요 잠자야되요 느께자면 내일지각하면 안좋차나요 인자너 일작자고 일찍일어나거더요 근데 아니요 잠 안자슬때 또 머슨일 생기면 또 쓰게요 지금은 인자 할말업서요 그런데 엄마는 머 때문에 짜증을내슬까요?
우리 미진이는 요새 하고 싶은 말이 아주 많아졌어요. 아니지 전에도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쓰지 못했던 것 같아요. 처음에 글 쓸 때는 미진이가 그림만 그리고 글 쓰는 걸 못했지요? 그런데 글자공부를 열심히 하더니 이렇게 글 쓰는 걸 좋아하게 됐어요. 요새는 미진이가 글 쓰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쓰는 거예요. 미진이한테 하고 싶은 말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어요. 미진이가 이렇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니까 내 속이 다 시원해져요.
민준이랑 해바라기 씨를 심어서 꽃이 피도록 기다리는 마음이 참 예뻐요. 그리고 동무들 불러 모아 꽃 생일잔치를 하고 싶은 마음도 정말 예뻐요. 제국이 오빠가 와서 심심하지 않게 놀았던 일도 말하고 싶었겠지요? 어머니하고 초코파이 상자 가지고 가방 만든 것도 이야기하고 싶었겠지요? 그리고 어머니가 아버지한테 짜증 낸 것이 걱정되어서 잘 때까지 걱정하는 마음도 잘 알겠어요. 잠자러 갈 때까지 어머니 아버지 걱정을 하는 마음이 잘 나타나 있어요. 미진이가 자기 전에 마음속에 있는 말을 이렇게 다 하고 잤으니까 내가 속이 시원해요. 마음속에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하면 속이 답답해서 빨리 잠이 안 들 수도 있거든요.
일기를 쓸 때, 제일 말하고 싶은 이야기 한 가지를 골라서 무슨 일인지 자세하게 쓰는 것도 좋아요. 그렇지만 미진이처럼 이렇게 꼭 하고 싶은 말이 많을 때는 이렇게 다 써도 좋아요. 나는 미진이가 글자를 배우고, 마음속에 있는 말을 글로 써서 보여주고, 이런 것이 참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2007. 9. 9)
'삶을 가꾸는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갱자리 (0) | 2007.10.02 |
---|---|
7월 회보 공부를 하고 (0) | 2007.09.13 |
방금 우리가 한 것 살려 쓰기 (0) | 2007.06.21 |
우리말을 바르게 부려 쓴 다는 것 - 한나절과 반나절 (0) | 2007.06.14 |
새기고 싶은 말 - <글쓰기 어떻게 가르칠까>를 읽다가 (0) | 2007.05.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