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가꾸는 글쓰기

갱자리

야야선미 2007. 10. 2. 13:15

갱자리

비료를 쓰지 않던 옛날에는 볍씨를 뿌릴 못자리를 만들고 나면 물을 가두고 풀거름을 해 넣어. 못자리 둘레에 돋아나는 보드라운 풀을 베어 넣기도 하고, 냇가에 돋아나는 버들나무 여린 가지를 까려서 넣기도 해. 그 풀거름을 갱자리라고 해.

논두둑이나 그 둘레에 나는 풀을 베어 갱자리로 쓰면 거름도 되고, 못자리 둘레를 말끔하게 만드니 잡초가 자라서 모판에 다른 풀씨나 잔뿌리가 섞여서 자라는 걸 막기도 해.

못자리가 크면 그 둘레 풀만 가지고는 모자라. 그래 지게를 지고 여기저기 갱자리 풀거름을 베러 다녀. 어른들이 바쁠 때는 아이들도 갱자리 풀거름을 베러 다녔어. 야야는 풀거름을 하러가는 오빠를 따라다니는 제 좋았어. 오빠들은 풀을 베다말고 함께 호미치기도 하고, 낫치기도 하면서 하루해를 보내기도 했거든.

어른들은 온종일 논두렁을 말끔하게 깎고 들쥐 구멍으로 물이 새지 않도록 젖은 흙을 끌어다 발라. 갱자리를 고루 펴 넣고 훤한 못자리를 보면서 “올해 갱자리를 실하기 잘 넣어서 모도 실하기 잘 크겠네.”하면서 이마에 땀을 닦으셨어.

야야는 새참도 갖다 드리고 물주전자를 갖다드리면서 새로 깎은 논두렁에 올라가 놀다가 논두렁이 그만 뭉개져 내려서 타박을 듣기도 하고 그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