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편

비에 지지 않고 / 미야자와 겐지

야야선미 2009. 9. 11. 16:05

      비에 지지 않고 / 미야자와 겐지


      비에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보라와 여름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을 가지고

      욕심도 없이

      절대 화내지 말고

      언제나 조용히 웃는 얼굴로

      하루 현미 너 홉과

      된장과 나물을 조금 먹고

      모든 것을

      자기 계산에 넣지 않고

      잘 듣고 보고 알아서

      그리고 잊어버리지 말고

      들판 소나무 숲 속 그늘에

      조그만 초가지붕 오두막에 살며

      동쪽에 병든 어린이가 있으면

      가서 간호해주고

      서쪽에 고달픈 어머니가 있으면

      가서 그의 볏단을 져다드리고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 있으면

      가서 무서워 말라고 위로하고

      북쪽에 싸움과 소송이 있으면

      쓸 데 없는 짓이니 그만 두라고 하고

      가뭄이 들면 눈물을 흘리고

      추운 겨울엔 허둥허둥 걸으며

      모두한테서 멍텅구리라 들으며

      칭찬도 듣지 말고

      괴로움도 끼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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