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 김남주
우리가 지켜야 할 땅이
남의 나라 군대의 발 아래 있다면
어머니 차라리 나는 금 밑에 깔려
밟힐수록 팔팔하게 돋아난 청맥이고 싶어요
날벼락 대포알에도 그 모가지 꺾이지 않아
남북으로 휘파람 날리는 피리이고 싶어요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이
남의 나라 병사의 발 아래 있다면
차라리 나는 그 밑에 밟혀
석삼 년 가뭄에도 시들지 않는 풀잎이고 싶어요
그 잎새 달빛 머금은 이슬에 젖어
목마른 고개 넘고 오시는 님의 입술 적시고 싶어요
우리가 이루어야 할 사랑이
남의 나라 돈의 무게에 있다면 그 밑에 깔여
밤송이로 까지는 피묻은 처녀의 골짜기라면
그 아픔에 지는 어둠 하늘의 비명이라면
참말이제 참말이제 마을 떠난
내 누이의 식칼이고 싶어요
등에 꽂혀 놈들의 가슴에 꽂혀
피 흘리는 옛 사랑의 무기 죽창이고 싶어요
우리가 지켜야 할 땅이
흰둥이 군대의 발 아래 있고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이
깜둥이 병사의 발 아래 있고
우리가 이루어야 할 사랑이
달라에 눌리는 중압 아래 있고
그리고 우리가 불러야 할 자유의 노래가
놈들이 총검 아래 숨지는 그림자라면
어머니 참말이제 나는
청맥이고 싶어요 풀이고 싶어요
바람보다 먼저 눕기도 하지만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기도 하는
어머니 참말이제 참말이제 나는
식칼이고 싶어요 죽창이고 싶어요
총알보다 대포알보다 먼저 꺾이지만
그들보다 먼저 꽂히기도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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