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한 개
박선미 글 /조혜란 그림/보리
올 해 중학교에 입학하는 아들에게 <달걀 한 개>를 선물했다.
표지에 보면 탱자나무 울타리로 테두리를 한 중간에
커다란 씨암탉 한 마리가 노란달걀 하나를 툭 떨어뜨리고 있다.
책을 읽기 전에 혼자 책 내용을 상상해보면~
엄마닭이 달걀 하나를 떨어 뜨려서 찾으러 다니는 이야기인가 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동화가 아니다. 사실 이야기이다.
작가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그대로 풀어놓고 있다.
내가 어릴 때 시골에서는 달걀하나도 맘대로 실컷 먹지 못했다.
이 책에에도 조용한 시골 마당을 헤집는 어미닭이 나온다.
그리고 그 달걀을 모아 장에 내다 팔아야 하기에 먹고 싶어도 먹지를 못하는 어린 아이가 나온다.
그러나 어미닭이 품어준 달걀은 병아리가 된다.
어미닭과 병아리를 보다가
주인공 야야와 동생이 마루끝에 옹크리고 앉아서 꼬박꼬박 조는 모습,
그리고 어미닭과 병아리의 모습이 있는 그대로 가슴에 따뜻하게 다가 온다.
소박하고 정겨운 글에 딱 어울리는 그림도 참 좋다.
이 책은 보면 볼수록 나에겐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 많다.
나도 어렸을 때 이 책에 나오는
야야와 비슷한 머리로, 비슷한 분홍블라우스에 검정바지
그리고 댓돌에 신발 뒹군채 햇살 곱게 퍼지는 마루에서 그렇게 졸며 있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마치 어릴 때 잊고 있었던 지난날의 한 장면을 그대로
찍어서 그려 놓은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온 가족이 상다리를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둘레 밥상에 앉아 밥을 먹는 장면도
꼭 어릴 때 우리집 풍경같다.
그래 꼭 이렇게 어른과 아버지상과 엄마와 아이는 밥상을 따로 따로 였다.
어릴때 나는 잘 아팠고 어른이 먹는 밥상 옆 아랫목에 밥도 안 먹고
누워 있을 때가 많았다.
그런 내가 안되보였는지 아버지나 할머니, 큰아버지는 슬그머니 자신들이 먹다가
좋은 반찬을 내게 남겨 주면 나는 못이기는 척 일어나
어른들과 한 상을 먹곤 했다.
아마 그런 내가 다른 사촌들은 무척 얄미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지금에야 든다.
이 책에 나오는 정지(부엌)도 너무나 익숙하고 반가운 곳이다.
반들반들한 시멘트 아궁이에 분홍빛 밥보자기,
다리를 접었다 폈다 하는 둥근 스텐밥상과 커다란 수저통,
팔각모양 성냥개비통과 커다란 솥뚜껑 뒤집어 부치는 달걀 부침개
그리고 나무로 만들어진 작은 솥투껑,
이 그림을 그린 작가는 어쩜 내 어릴 때 살던 곳이란
한 치도 틀림없이 이렇게 잘 재연해 놓았을까
책을 보며 내용보다 계속 그림속에 나오는 소품에 감탄을 하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갖다주며 계란 뜯어 먹는 이야기는
어쩜 바로 이 작가가 내 이야기를 썼나 싶을 정도로 똑같다.
나도 가끔 계란 흰 자 부위 끝자락이 조금 까무스름하게 익은 곳이 있으면
그곳을 살짝 베어 먹다가 균형을 맞추느라 옴폭옴폭 파먹은 기억이 있다.
그리고 벽에 걸린 옷을 가리는 커다란 하얀 옥양목 천에 봉황과 모란꽃이 수놓인 것도 어릴 때
우리집에 있던 것과 똑같았다.
그러고보니 글작가와 그림작가 모두
나와 같은 60년 대 시골출신이다.
그렇다. 글을 쓴 박선미님은 63년생, 그림을 그린 조혜란님은 65년생 내가 66년생이니
만약 같은 동네 살았다면 한해두해 터울의 동생이나 언니처럼 야야니네 하면서 지냈을 나이인것이다.
그리고 시골에서 자란 공통분모가 있으니 살아온 것이 비슷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이렇게 공통분모라서 더욱 친근하고 재미있었을까
사실 흔히 아는 내 이야기라면 더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결코 지루하지가 않다.
끝에 선생님이란 같이 계란 삶아 먹으며 노는 장면도 어릴 때
선생님이 생각나는 정겨운 장면인데
그 때가 너무너무 그리워져 가기에
책을 다 읽고 나면 마치 잠깐 시골에서 살던 1학년때로 돌아갔다가 나온 듯이
그렇게 맑고 상큼하면서도 닭통냄새가 풍겨오는 듯한 향기까지 느껴진다.
그래서 바로 올해 중학교를 입학하는 아들에게 선물로 주었다.
내가 공감이 가는 책이라서 보다
이 책이 주는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정신 때문이다.
어쩜 금방 잡아 먹힐 지도 모르는 암탉 한 마리를 바라보는 마음,
암탉이 정성껏 병아리를 돌보는 마음,
엄마가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
아버지가 자식을 생각하고, 선생님이 제자를
아이들이 동생과 할머니를 생각하는 마음,
우리가 서로와 서로를 생각해 주는
갓 나은 달걀 한 개의 온기처럼
그 따뜻한 마음으로
아들이 학교에서 그렇게 살아가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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