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가 만나는 아이들

이제 토요일 수업은 안한다

야야선미 2009. 2. 10. 13:22

어린이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 은 일주일 내내 편한 날이 없어. 토요일, 일요일에도 이리저리 굴려지는 아이들. 그래 이건 굴려지는 거 맞아. 토요일이면 좀 쉬어야지. 빼꼼할 틈이 없는 아이들 보면서 돈 받고 공부시키고 있는 내가 정말 죄스러운 거야. 토요일이면 빠지고 싶지 않은 일들도 가끔 생겨서 수업이 좀 거추장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딱 그만 둘 형편은 또 안 되니 어영부영 몇 달을 했지.

그런데 하루는 말이지.

삼분 말하기를 하는데, 명희가 말을 하다가 그만 울어버렸어.

“나는 오늘 여기 오기 전에 수학 **를 갔습니다. 거기서는 문제를 풀고 점수를 매겼는데....... 그리고 마치고 미술학원에 가서 그림을 그렸습니다.....

또 학예회 때 입을 옷을 맞춘다고 남천동에 있는 드레스샵에 갔습니다. 원래는 내가 드레스를 좋아해서 드레스 입어보고 맞춰보는 거 좋아하는데 오늘은 너무 싫었습니다. 피곤해서 그렇습니다. 그거 마치고 학예회 사회 보는 거 연습하러 학교에 갔습니다. 맨날맨날 외웠는데도 또 못했습니다. 엄마는 선생님 보기 부끄럽다고 혼내고, 선생님은 어데 정신파는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그거 마치고 글쓰기 공부하러 여기 왔습니다. 나는 원래는 여기 오는 거 안 싫은데 오늘은 여기 오는 것도 정말 싫습니다. 이거 마치면 또 성악하러 가야됩니다. 나는 제발제발 토요일에는 아무것도 안하고 좀 쉬면 좋겠습니다......”

여기까지 울먹거리면서 말하고는 참던 울음이 터졌어. 막 목을 놓고 우는 거야. 처음에 울먹거릴 때 히죽거리며 듣던 아이들도 이 장면에서는 함께 눈시울이 붉어져. 한참 동안 울도록 두었지. 겨우 울음을 멈추길래 더 이상 말을 못 시키겠다 싶어 넘어가려는데 명희는 목을 가다듬고 또 말을 해.

“내일은 일요일인데 또 사회 연습하러 가야 됩니다. 나는 오늘 성악을 쉬고 싶은데도 가야 됩니다. 오늘 안 가면 내일 보충하러 가야되기 때문입니다. 한번 안가면 다음에 보충을 해야되니까 끝이 안 납니다. 나는 제발제발 토요일에는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느새 다른 아이들도 고개를 끄덕끄덕하고 있어. 공부를 하는 내내 마음이 아프고 복잡한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혀. ‘아아 이 아이들을 어찌 해 줘야 하냐고.’

다음 수업하기 전에 명희 어머니를 좀 만났지. 일이십분 동안 하는 이야기로 들어먹을 사람들도 아니더라고. 자기들은 자기들 나름대로 생각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거지. 이거는 가르치는 기 아이고 뺑뺑이 돌리는 건데.

한동안 고민을 했어. 토요일이라도 쉬고 싶다는 이 아이들. 나 같은 학교 밖 선생들이나 학원에서 모두모두 토요일 일요일 그리고 늦은 밤 수업을 안 한다면 아이들이 쉴 수 있을까? 생각이 그렇게 가니까 우선 나 하나라도 토요일 수업을 안 해야겠다 싶었어.

그리하야, 나는 일월부터 토요일은 프리하다는 거지. 내 인자 밀양도 마음대로 갈 수 있다. 아~~ 내가 이래 홀가분하고 좋은데. 아이들은 얼마나 자유롭고 싶겠노? 그런데 이 엄마들이 아직도 토요일반 선생을 찾고 있다는 거야. 갑갑해 증말.  (2009. 2. 10. 부산글쓰기회카페에서)

 

경해
아! ''''제발제발 토요일에는 아무것도 안하고 좀 쉬면 좋겠습니다.....'.말하다가 울어버린 명희! 이 말에 고개 끄덕일 아이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이 글은 이 땅에 모든 부모들이 읽어야겠어요. 아이들 마음 좀 헤아리는 세상 되도록 힘을 모으면 좋겠어요! 09.02.10 14:56
 
지금 우리 나라에 명희 같은 아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가슴이 아프네. 명희가 니한테 와서 마음을 이래 풀 수 있어 다행이다. 09.02.11 08:53
 
토요일 수업안하는거는 그렇다치고 그 아이들은 어데가서 울기라도 하겠노? 09.02.11 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