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2단원공부 마지막 시간이다. 어제에 이어서 ‘동무 소개하는 글’공부다.
“여러분 이학년 되어서 한반에서 공부한 지 딱 한 달 되었네요. 이제 동무들 좀 잘 알게 되었나요?”
“원래부터 잘 알아요.”
하긴 두 반 밖에 안 되니까 이 가운데 반쯤은 일학년 때부터 한 반이었겠다.
“오늘은 우리 동무를 엄마한테 소개해 볼까? 음, 사실은 나도 여러분에 대해 잘 모르니까, 나한테 소개해 줘도 좋아요. 여러분을 좀더 많이 알고 싶은데 내 눈에 보이는 것 말고는 알 길이 없네. 좀 잘 알 수 있게 말해 주겠어요?”
마침 읽고 있던 샘돌네 반 아이들 문집에서 동무 소개한 글도 읽어준다. 들으면서 가끔 킥킥킥 웃기도 하고, 누구누구도 그런데 하면서 서로를 돌아보기도 한다.
앞에 나와서 제 동무를 소개해 보고, 듣고 나서 궁금한 것도 물어보고, 이제 글로 써 보기로 한다.
승환이가 한참 한 눈 팔고 노는 것 같더니 이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열이 많은지 언제나 두 볼이 볼그레하다. 보드라운 살갗이 찬바람에 터서 그런가? 몇 줄 쓰는 것 같더니 저기 앞줄에 앉은 다희한테로 간다. 또 놀러가나 했더니 대뜸 다희한테 묻는다.
“야, 다희야 니 잘하는 거 뭐꼬? 벌레잡는 거 맞나?”
다희가 뭐라고 하는지 제법 종알종알 대꾸를 한다.
승환이가 제자리로 돌아가 앉으면서 “다희느은 버얼레 자압는 거를 자알 합니다.”중얼거리면서 또박또박 쓴다. 엎드려 쓰는데 위에 옷은 끄달려 올라가고 허리가 다 나왔다. ‘저 나이 때는 허리가 안 시려울까?’ 옷을 두껍게 입어도 여기저기 시린 나는 고작 그딴 게 걱정이다. 몇 줄 쓰는가 싶더니 이젠 아예 제자리에 앉아서 큰소리로 묻는다.
“야 다희야, 니 좋아하는 거는 뭔데? 그림 그리는 거 맞나?” “그거 쓰까? 맞제? 양다희는 그림 그리는 거를 좋아한다, 맞제?” 다희가 얼른 대답을 하지 않으니 혼자 묻고 답하고 그러고 또 엎드려 쓴다.
“승환이 니 내 소개하는 글 쓰나?”
“어”
“왜?”
“그냥, 쓰면 안 되나?”
“아아니 됐다. 써도 된다. 그런데 내 사실은 그림 그리는 거 별로다. 그냥 보육교실에서 할 끼 없어서 그리는 거다.”
다희는 방과 후 보육교실에서 네 시까지 있다가 집에 가는 아이다. 둘이 주고받는 말을 듣고 갑자기 교실이 아주 시끄러워진다.
“니는 누구 쓰는데?” “나는 준호 썼대이.” “야, 가원아, 내 짝지는 니 소개한단다.”
쫑알대는 아이들을 겨우 가라앉히고 아이들 사이를 다니며 글 쓰는 걸 본다. 참 열심히 쓴다. 처음 시작할 때 연필만 만지작거리며 밍기적거리고 앉아있던 몇몇 녀석들도 이젠 아주 종이를 파고들듯이 깊이 수그리고 쓰고 있다. 아이들 사이로 다니다가 갑자기 웃음이 터져나온다.
<……던져 넣는 걸 좋아합니다. 코딱지도 아주 잘 던집니다. 뭐슬 던지면 쓰레기통 안에 딱 들어가게 합니다.……>
지금 여러분은 이학년 아이가 제 동무 소개하는 글을 쓰는 교실을 보고 계십니다.^^
(2009. 4. 1. 부산글쓰기회 카페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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