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가 만나는 아이들

어서 좀 풀어주지요?

야야선미 2010. 7. 8. 15:29

체육 시간에 태권도가 나와요.

태권도가 뭐가 어쩌구 저쩌구 이론으로야 한 두어시간 말하자면 할 수 있겠지만

막기, 지르기, 그 뭐냐 품새니 그런 것을 내가 가르칠 수가 있겠냐고요.

하는 수 없이 동영상 틀어놓고 아이들하고 함께 따라 하는 수 밖에.

태극 1장부터. 하나 둘 ...... 얍!

뭐어 이렇게 어설프게 따라 하다가

태권도를 좀 배운 동무들이 있지 싶어 물었어요.

"어이, 누구 태권도 선생님으로 좀 신청하시지?이것도 꼬마선생님을 모셔야겠다. "

아무도 손을 드는 아이들이 없어요.

다른 것들이면 꼬마 선생님 신청한다고 불쑥불쑥 손이 올라올텐데.

"없어? 병준이 니이 운동 좀 한다 아이가? 태권도 아니었어?"

"합기도 했는데요."

"다른 사람은?"

"하다가 끊었어요. 꼬마선생님까지는 안되는데요."

"얼마나 했는데? 그래도 내 보다 나을걸?"

"혼자 하기는 하는데요, 선생님처럼 말을 못해요."

"말을 못하면 어때? 난 말 뿐이지 태권도는 영 아니잖아."

"아아, 말이 아니고요, 설명을 못한단 말이예요."

"그럼 다른 사람은?"

"3학년 될 때 끊었어요. 다른 학원이 밀려서요."

"나는 4학년 될 때 끊었어요."

좀 하다가 끊었다는 아이들이 서넛 있고, 아직도 태권도를 다니는 아이는 딱 하나.

"그럼, 승훈이가 계속하고 있으니까, 승훈이가 하면 어떻노?"

"나는요, 계속 하기는 하는데 시작했는지 얼마 안 돼서 못해요. 태극2장 겨우 하는데요."

이야기를 하다보니 운동을 하는 것도 높은 학년이 되면 그만두는 모양입니다.

성적하고 관계있는 학과 공부에 밀리는 게지.

그러고 보니 미술, 피아노같은 것도 모두 낮은 학년 때나 하는 모양이예요.

태권도 따라 하다말고 이런 이야기에 빠져 있는데 ,

"선생님, 쟤들 어서 좀 풀어주지요? 엄청 팔 아플껀데."

문득 아주 안쓰럽다는 듯한 말이 들려옵니다. 잠깐 이게 뭔말? 싶은데, 아하!!

아까 동영상 보다가 잠깐 멈춤을 눌러놨더니 아이들이 그대로 멈춰랏 자세로 서 있는 거예요.

두 팔에 잔뜩 힘을 주고 앞 가슴을 막고, 오른발은 살짝 들고.

잠깐 멈춰놓고 이야기를 이렇게 오래했으니......

유정이는 아까부터 쟤들 팔아프고 다리 아플 것 걱정하느라 우리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거야.

얼른 풀어주고 태극 1장 따라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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