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편

<나 혼자 자라겠어요>에서 / 임길택

야야선미 2011. 1. 26. 10:55

송아지 / 임길택


박태기 꽃나무에 눈을 줘 보고

사철나무 어린잎에 코도 대 보고

딸랑딸랑 엄마 목 워낭 소리에

멀리 가지 않았어요 대답해 주고


마당가 한쪽을 참새에게 내주고

나비를 쫓아가다 뒤돌아보고

개울 건너 앞산을 훔쳐보다가

눈을 감고 머나먼 데 소리를 듣고


물어 본 지푸라기 슬며시 내려놓고

두 눈 꿈적꿈적 두 귀 펄럭펄럭

넘지 말라 걸쳐 놓은 울짱 앞에서

봄 햇살 온몸에 받고 있어요.      ---<나 혼자 자라겠어요>(창비 2007)




별 / 임길택

 

하늘의 별들이

땅으로 내려온 것일까요.

도랑가 여뀌

저마다 꽃을 피우고 있어요.


밤이면 하늘에 뜨고

낮이면 땅에 내려와

별이 되었다가

들꽃이 되었다가


이 가을에 별들은

하늘과 땅을

몰래몰래 오가는 것일까요.         ---<나 혼자 자라겠어요>(창비 2007)




산벚나무 / 임길택

 

해마다

해마다

봄이 오면

여린 빛 꽃 한번 피우려고

산벚나무는

산골짜기에서 산다네.

여려서 더 눈부신 꽃


해마다 봄이 오면

환하게 꽃 한번 피우려고

산모롱이 돌아

돌아 나오는

산골짜기 저 먼 곳에

산다네.          ---<나 혼자 자라겠어요>(창비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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