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편

<감자꽃>에서 / 권태응

야야선미 2011. 1. 26. 11:09

북쪽 동무들 / 권태응


북쪽 동무들아

어찌 지내니?

겨울도 한 발 먼저

찾아왔겠지.


먹고 입는 걱정들은

하지 않니?

즐겁게 공부하고

잘들 노니?


너희들도 우리가

궁금할 테지.

삼팔선 그놈 땜에

갑갑하구나.   ----1948년<감자꽃>(창비 1994)



없는 살림일수록 / 권태응


뭣이든지 일을 하곤 밥 먹기.

많이 벌기보다는 아껴 쓰기.

언제나 식구들 몸을 튼튼히.


굶주려도 기를 쓰고 애들 공부.

괴로움 속에서도 별 쳐다보기.

언제나 식구들 뭉친 한마음.     ---<감자꽃>(창비 1995)



땅감나무 / 권태응


키가 너무 높으면,

까마귀떼 날아와 따 먹을까 봐,

키 작은 땅감나무 되었답니다.


키가 너무 높으면,

아기들 올라가다 떨어질까 봐,

키 작은 땅감나무 되었답니다.    ---1948년<감자꽃>(창비 1994)


보리밭 매는 사람 / 권태응

 

쪽 쪽 푸르른 보리밭 골.

나란히 세 사람 호미를 들고

햇살 발끈 받으며 밭을 매지요.


하늘에선 종달새 노래를 부르고

아지랑인 아로롱 물결지는데

쉬지 않고 세 사람 밭을 매지요.    ---<감자꽃>(창비 1995)



고추잠자리 / 권태응


혼자서 떠 헤매는

고추잠자리,

어디서 서리 찬 밤

잠을 잤느냐?


빨갛게 익어 버린

구기자 열매,

한 개만 따먹고서

동무 찾아라.   ---<감자꽃>(창비 1995)



한 동네 사람 / 권태응


뉘집 논이 얼만지 모두 알고,

뉘집 밭이 어딨는지 모두 압니다.

예로부터 살아오는 한 동네 사람.


저 개는 뉘집 갠지 그것도 알고,

이 소도 뉘집 손지 모두 알지요.

식구처럼 모여 사는 한 동네 사람.   ---1950년 2월 14일

                                                          <겨레아동문학선집 10>(겨레아동문학연구회 엮음, 보리 1999)

 

'시 한 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길 / 하인애  (0) 2011.01.29
감 한 쪽 외 / 김환영  (0) 2011.01.26
맷돌 외 / 이문구  (0) 2011.01.26
<탄광마을 아이들>에서 / 임길택  (0) 2011.01.26
<할아버지 요강>에서 / 임길택  (0) 2011.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