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 동무들 / 권태응
북쪽 동무들아
어찌 지내니?
겨울도 한 발 먼저
찾아왔겠지.
먹고 입는 걱정들은
하지 않니?
즐겁게 공부하고
잘들 노니?
너희들도 우리가
궁금할 테지.
삼팔선 그놈 땜에
갑갑하구나. ----1948년<감자꽃>(창비 1994)
없는 살림일수록 / 권태응
뭣이든지 일을 하곤 밥 먹기.
많이 벌기보다는 아껴 쓰기.
언제나 식구들 몸을 튼튼히.
굶주려도 기를 쓰고 애들 공부.
괴로움 속에서도 별 쳐다보기.
언제나 식구들 뭉친 한마음. ---<감자꽃>(창비 1995)
땅감나무 / 권태응
키가 너무 높으면,
까마귀떼 날아와 따 먹을까 봐,
키 작은 땅감나무 되었답니다.
키가 너무 높으면,
아기들 올라가다 떨어질까 봐,
키 작은 땅감나무 되었답니다. ---1948년<감자꽃>(창비 1994)
보리밭 매는 사람 / 권태응
쪽 쪽 푸르른 보리밭 골.
나란히 세 사람 호미를 들고
햇살 발끈 받으며 밭을 매지요.
하늘에선 종달새 노래를 부르고
아지랑인 아로롱 물결지는데
쉬지 않고 세 사람 밭을 매지요. ---<감자꽃>(창비 1995)
고추잠자리 / 권태응
혼자서 떠 헤매는
고추잠자리,
어디서 서리 찬 밤
잠을 잤느냐?
빨갛게 익어 버린
구기자 열매,
한 개만 따먹고서
동무 찾아라. ---<감자꽃>(창비 1995)
한 동네 사람 / 권태응
뉘집 논이 얼만지 모두 알고,
뉘집 밭이 어딨는지 모두 압니다.
예로부터 살아오는 한 동네 사람.
저 개는 뉘집 갠지 그것도 알고,
이 소도 뉘집 손지 모두 알지요.
식구처럼 모여 사는 한 동네 사람. ---1950년 2월 14일
<겨레아동문학선집 10>(겨레아동문학연구회 엮음, 보리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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