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편

감 한 쪽 외 / 김환영

야야선미 2011. 1. 26. 11:10

감 한 쪽 / 김환영


겨울비 오고 어두운데

까마귀 한 마리가

입에 불을 달고 날아간다.


찬비를 맞으며

감 한 쪽 물고 가는

어미 까마귀 부리 끝이

숯불처럼 뜨겁다.    ---<글과 그림>(2008년 12월호)




질경이 도로 / 김환영


집으로 들어오는

스무 발 남짓한 흙길 한 가운데

질경이들이 새파랗다.


석유차도 들락거리고

가스차도 들락거리고

우편물 실은 집배원 아저씨

오토바이도 들락거리는데,


질경이는

찻길 다 내주고도

길 한복판에 외줄 도로

당당하게 이어놓고


풀벌레 울음소리까지 키운다.    ---<글과 그림>(2009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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