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이의 결심
“이제 6학년이다.”
5학년때 선생님이 통신표 주면서 말했다.
“최고 학년이 되니까 마음 똑바로 먹고,
... 3월 2일에는 새롭게 시작해라.”
드디어 3월 2일.
학교 갈 준비를 한다.
6학년 책을 넣고 새 알림장도 넣고, 필통도 넣었다.
형광펜이랑 네 가지 색깔 볼펜을 챙겨 넣었다.
6학년 때는 오답노트도 진짜 열심히 할 거다.
6학년 때는 보충에 안 걸려야지.
새 일기장을 챙겼다.
올해는 일주일에 세 번 쓰는 것이 목표다.
일기도 한 번 안 쓰는 놈에서 벗어날 거다.
그리고 촐랑거리는 놈 소리도 안 듣고 싶다.
그리고 할매 말처럼
아이들이 싸우는 근처에도 안 갈 거다.
6학년 2반!
새 교실에 앉아 새 선생님을 기다린다.
올해는 진짜로 안 찍힐 거다.
최고 학년이니까 새 마음으로 시작해야지.
교실에서는 목소리도 살살 내고
화장실에 갈 때도 안 뛰고 빨리만 걸을 거다.
첫날부터 발표도 좀 할 거다.
떨리면 꾹 참고 말하면 된다.
새 선생님을 기다리면서 마음을 다지고 다진다.
아, 씨이
근데 올해도 끝났다.
5학년 때 선생님이 또 들어왔다.
“어이, 창훈이, 민규, 유민이, 훈재!
올해는 진짜로 잘 지내보자.
너거 임마들, 올해는 촐랑거리면 안 봐 준대이”
아, 씨바
저 선생님은 왜 내만 따라다니노?
새 학년 된 게 아니고
보충에 걸려서 5학년 보충을 하는 거 같다.
씨발, 6학년 되면 뭐하노?
***우리 아파트에 사는 유민이.
어제는 학교 마치고 집에 올라가다가 우리집부터 들렀다.
"쌤, 책 좀 보고 갈게요"
하고 들어오더니 종알종알 떠들기만 하고 갔지.
새 학년, 새 결심.
아이들마다 나름대로 다짐하고 맞이하는데....
유민이 얘기 들으니까, 30년 가까이 아이들하고 지내면서도
유민이처럼 저런 기분을 잘 몰랐구나 싶다.
지난해 잘못 싹 잊고 새 출발하고 싶은데,
새 학년에도 여전히 제 흉허물 다 아는 선생님 만나서,
"야, 올해도 잘 해 보자"
하면 진짜 속으로 "아, 씨바" 싶기도 할 거 같아.
“이제 6학년이다.”
5학년때 선생님이 통신표 주면서 말했다.
“최고 학년이 되니까 마음 똑바로 먹고,
... 3월 2일에는 새롭게 시작해라.”
드디어 3월 2일.
학교 갈 준비를 한다.
6학년 책을 넣고 새 알림장도 넣고, 필통도 넣었다.
형광펜이랑 네 가지 색깔 볼펜을 챙겨 넣었다.
6학년 때는 오답노트도 진짜 열심히 할 거다.
6학년 때는 보충에 안 걸려야지.
새 일기장을 챙겼다.
올해는 일주일에 세 번 쓰는 것이 목표다.
일기도 한 번 안 쓰는 놈에서 벗어날 거다.
그리고 촐랑거리는 놈 소리도 안 듣고 싶다.
그리고 할매 말처럼
아이들이 싸우는 근처에도 안 갈 거다.
6학년 2반!
새 교실에 앉아 새 선생님을 기다린다.
올해는 진짜로 안 찍힐 거다.
최고 학년이니까 새 마음으로 시작해야지.
교실에서는 목소리도 살살 내고
화장실에 갈 때도 안 뛰고 빨리만 걸을 거다.
첫날부터 발표도 좀 할 거다.
떨리면 꾹 참고 말하면 된다.
새 선생님을 기다리면서 마음을 다지고 다진다.
아, 씨이
근데 올해도 끝났다.
5학년 때 선생님이 또 들어왔다.
“어이, 창훈이, 민규, 유민이, 훈재!
올해는 진짜로 잘 지내보자.
너거 임마들, 올해는 촐랑거리면 안 봐 준대이”
아, 씨바
저 선생님은 왜 내만 따라다니노?
새 학년 된 게 아니고
보충에 걸려서 5학년 보충을 하는 거 같다.
씨발, 6학년 되면 뭐하노?
***우리 아파트에 사는 유민이.
어제는 학교 마치고 집에 올라가다가 우리집부터 들렀다.
"쌤, 책 좀 보고 갈게요"
하고 들어오더니 종알종알 떠들기만 하고 갔지.
새 학년, 새 결심.
아이들마다 나름대로 다짐하고 맞이하는데....
유민이 얘기 들으니까, 30년 가까이 아이들하고 지내면서도
유민이처럼 저런 기분을 잘 몰랐구나 싶다.
지난해 잘못 싹 잊고 새 출발하고 싶은데,
새 학년에도 여전히 제 흉허물 다 아는 선생님 만나서,
"야, 올해도 잘 해 보자"
하면 진짜 속으로 "아, 씨바" 싶기도 할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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