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 함께 했던 아이들 얼굴을 떠올려보면서,
아이들과 있었던 일 하나하나 되살려보며 편지를 씁니다.
그런데, 여남은 통을 쓰다 말고 멈춘 채, 이틀이 지났습니다.
내 지나온 한 해가 부끄럽고 허망하기 때문이지요.
편지를 쓰다보니 글에서만 내가 진정한 선생같고, 글에서만 아이들을 사랑한 거짓스런 선생이란 걸,
참 부끄러운 한 해였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더 편지를 쓰지 못하고, 다시 편지지를 들여다 봅니다.
내년에는 이리 부끄럽지를 않길 빕니다.
이런 날은 정말 술독에라도 빠지고 싶다가,
또 모든 것 버려두고 동해바다로 달려가 시퍼런 바닷물에 몽땅 씻겨버리고 싶기도 합니다.
문득 생각이 나서 몇자 적습니다.
이런 시도 생각이 났습니다.
정말 난 절찬 상영중인 영화의 주인공이기를 원한 것일까?
영화가 끝난 뒤 / 김리영
오후에 홍콩영화를 보러 갔다.
옷이 찢기고
발목이 부러져도
지붕에서 뛰어내리는 성룡
나에게 질문을 한다.
인생의 배역을 맡은 무대 위에서
목숨 걸고 연기해 왔는가?
난 조금이라도 멍이 들까 봐
언제나 움츠렸다.
스턴트맨은 보이지 않고
하루가 저문다.
깨진 유리조각 위에서
매 맞고 뒹굴다 일어서는 성룡처럼
나의 삶은 지금 절찬 상영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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