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시간에,
여러사람을 면담 하고 나서 자기 생각을 이야기 하는
(요새 6학년 2학기에 면담을 하고 뭐어 그런 단원 있어요)
저 뒤에 상돈이란 놈이 턱을 괴고 앉아 창밖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어요.
운동장쪽으로는 내다봐야 4층에서 뭐어 보이는게 있나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신평뒷산이 바로 옆이예요.
넋을 놓고 있길래,
뭐라고 한마디 할라다가
한참 이야기 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 말 짤릴까봐
'언제까지 그라고 있노, 계속 그래 봐라아'
그라고는 아이들 이야기만 쭈욱 듣고 있었지요.
빵집을 찾아가서 주인 아저씨를 만나보고 온 아이,
동물병원 수의사를 만나보고 온 아이,
소방서에서 소방경찰 만나고 온 아이,
교장쌤 만나고 온 아이,
우리집에 내 만나러 왔던 아이들
교통경찰 만난 아이,
시장에서 할머니 만나고 온 아이....
이야기가 끝이 없는데,
아 글쎄 상돈이 이 녀석은
듣지도, 말 할려고도 생각을 않고
무슨 꿈을 꾸듯이 창 밖만 내다보고 있어요.
이야기 잘 풀어가고 있는 마당에 글마 머라칸다고 분위기 망치기 싫어서
'아이들 이야기만 끝나봐라, 니는 죽었다.'
그러면서 내버려두었지요.
그런데.
갑자기 상돈이가
득도한듯한 웃음을 지으며
"쌤!"하고 불러요.
"와?"
"샘, 철없다 하는 말 뜻 알아요?"
"난데없이..."
그러면서 속으로
'니 겉은 놈 보고 하는 말 아이겠나?" 하는데
"철모른다는 말 뜻도 알아요?"
또 속으로
'얄마, 그것도 바로 니 겉은 놈한테 하는 말이지.'
뜬금없이 임마가 이래 나오니,
다른 아이들은 아무 생각없이 실실 웃기만 해요.
모두들 자기가 만나고 온 사람들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뜬금없긴 없지요.
상돈이가.
"내 오늘 확실하게 그 뜻을 알았어요."
"머꼬?"
"저게요오, 벚꽃 있잖아요.
저기이 지금 피면 안되는데, 인자 단풍이 들어야 되는데, 막 꽃이 피었잖아요."
그제야, 글마가 뭔 말을 할라는지 알았어요.
"지난 주에 보니까, 새 잎이 나왔거덩요.
그런데, 그저께부터 벗꽃이 폈거덩요.
근데요, 원래는 봄에 꽃이 먼저 피고, 나중에 잎이 나잖아요."
"....."
"지금은 자아가 꺼꿀로 된 거예요."
"지금은 지가 낙엽이 되야하는데,
새잎도 나고 꽃도 피우고, 진짜로 철을 모르는 거라요."
"....."
제가 뭔 말을 채 잇기도 전에
종소리가 나고,
지는 책을 척척 덮어놓고 밖에 나가버려요. (2003. 10. 18. 부산글쓰기회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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