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토마토 익은 거 맞죠?”
“응, 잘 익고 있네.”
주말을 지내고 오니 토마토가 제법 불그스레하다.
한참 동안 익지 않고 하얗게 된 채 달려 우리 아이들 애를 얼마나 먹였던지.
아침에 오자마자 오글오글 토마토 둘레에 모여앉아 재잘재잘 쫑알종알....
“샘, 이제 먹자요.”
“어, 먹자. 근데 요거 하나 갖고 어떻게 다 갈라 묵지?”
“칼로 잘 잘라보세요.”
콩 한 조각도 열둘이 나눠먹는다는 말도 있지. 토마토는 콩보다 100배도 넘게 크잖나. 까짓 스물 두 조각 못 낼라고.
“진짜 딴다아아아”
손을 갖다 대고 아이들을 휘이 둘러본다.
“아, 잠깐만요!”
네에, 네 하는 아이들 틈에서 현승이가 소리를 지른다.
“따지 말까?”
아이들도 나도 현승이만 바라본다.
현승이 처분을 기다리는 거다. 이 토마토는 현승이랑 인선이가 가꾼 거거든.
“그냥 놔 두자요.”
현승이 말에 다른 아이들도 나선다.
“그거 못 먹겠어요. 다 익을 때까지 그냥 놔두자요.”
“그럴까? 너거들은 묵고 싶나?”
둘러 선 아이들을 돌아본다. 아쉬운 얼굴, 미안한 얼굴, 그래도 먹고 싶은 얼굴......
“안 먹어도 돼요.”
“현승이 꺼니까 현승이 마음이에요.”
“진짤로 빨갛게 될 때까지 놔두자요.”
토마토에 갖다 댔던 내 손만 부끄럽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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