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를 불러보세요 4 -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병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병 “야야, 아침밥 할 동안 이거 깨끗하게 좀 씻어라.” 엄마가 감 이파리를 한 소쿠리 따왔다. “물 잘 빠지구로 소쿠리에 잘 널어놓고.” 야야는 눈곱을 비비며 소쿠리를 받아 들었다. 햇살도 퍼지지 않은 이른 아침인데 언제 나갔던지. 이슬도 가시지 않아 아직까지 촉촉하다. .. 재불재불 야야 이야기 2010.09.30
할매를 불러보세요 3 - 오리알은 삭혀야 된다지만 오리알은 삭혀야 된다지만 “어머이!” 해가 넘어가고 벌써 어스레해졌는데 엄마가 숨을 몰아쉬면서 들어왔다. ‘엄마다!’ 야야는 부엌에서 저녁상을 차리다가 엄마 목소리에 튕기듯이 부엌문을 뛰어넘었다. 서너 개 있는 층계를 건너뛰어 내려딛다 앞으로 고꾸라지는 걸 엄마가 붙잡아 주었다. “.. 재불재불 야야 이야기 2010.09.30
할매를 불러보세요 2 - 할매, 우리 할매 할매, 우리 할매 “인자 부산 안 간다. 우리 강생이들 하고 있을 끼다.” “와, 진짜? 인자 부산 안 가도 된다고예?” “그럼. 작은 오래비는 군대 갔고, 셋째는 대학이 대구에 있으니 대구로 갈 끼고. 큰 오래비는 혼자 있어도 된다카네.” 설을 쇠자 할매는 이제 부산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할매는.. 재불재불 야야 이야기 2010.09.30
할매를 불러보세요 1 - 할매가 아프다 할매가 아프다 알림장을 다 쓰고, 선생님이 “통과!” 하기가 바쁘게 야야는 발걸음을 재우쳐 거의 반달음을 쳤다. 눈을 감아도 다닐 만큼 발에 붙은 길인데도 오늘은 자꾸 지뻑거리고 헛디뎌서 툭하면 앞으로 고꾸라진다. ‘할매는 인자 일어나 앉았는가?’ 아침에 집을 나설 때까지 할매는 손가락 하.. 재불재불 야야 이야기 2010.09.30
우리 엄마 감밭 우리 엄마 감밭 엄마한테 갔다 온다. 노랗게 익은 모과를 한 상자 따서 실었더니 차안에 모과향이 그득히 퍼진다. 산모롱이를 돌아오다 우리엄마 감밭을 내다본다. 며칠 전 첫추위에 얼었던지 감나무 잎이 단풍도 들지 못하고 시들하게 말라붙은 그대로다. 푸릇한 이파리가 시든 채로 우.. 재불재불 야야 이야기 2009.11.21
특목고에 가려는 서인이에게 특목고에 가려는 서인이에게 서인아, 네게 편지 써 본 지가 언제였더라?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네. 오늘은 바람도 없네. 파란 하늘가에 몽글몽글 하얀 양떼구름이 흐른다. 가을하늘이다. 새하얀 양떼구름이며 새파란 하늘빛을 보니 이제 정말 가을이 맞구나 싶다. 저 멀리 내려다보이는 송도바다도 잔잔.. 재불재불 야야 이야기 2009.11.11
[스크랩] 소 이야기-옮겨온 글 안 오는 비를 어쩌겠냐마는 바짝 말라가는 논밭, 발 동동 굴리며 바가지로 물주는 할매들 보며 혼자 씩씩해지지는 않아. 미야자와 겐지가 쓴 시 '비에도 지지 않고'에 있는 한 구절, '가뭄에는 울먹울먹 걸으면서' 그래 사는 거지, 뭐. 밀양 녹색평론 독자모임 방에서 읽은 소 이야기이야. 이 글 읽으면 .. 재불재불 야야 이야기 2009.09.15
이게 촌놈만의 생각일까요? 이게 촌놈만의 생각일까요? 저를 돌아보면 부산이라는 큰 도시에 와서 산 지 참 오래 되었어요. 햇수를 따져보니 시골에서 자라던 때보다 여기 부산에서 산 세월이 더 깁니다. 여기 와서 대학을 다니고, 아이들 앞에서 뭘 가르친다고 떠들기도 하고, 시집가서 아들 낳고 딸 낳고 아둥바둥 산 세월이 참 .. 재불재불 야야 이야기 2008.11.27
들려주는 이야기-꿀아제비 오늘은 내 맘 속에만 꼭꼭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해. 내 가슴에 깊이 담아두었다가 가끔 꺼내서 곱씹어 보고 또 나를 추슬러보던 보물 같은 이야기야. 내 마음 속의 보물, 궁금하지? 내가 어렸을 때는 단맛을 내는 것들이 참 귀했어. 잘 익은 과일을 먹을 때나 엿질금을 길러서 단술을 만들어.. 재불재불 야야 이야기 2008.09.23
탱자나무 울타리 매화는 벌써 지고 벚꽃도 피었다 지고 복사꽃도 다 지고 나무마다 새 잎이 야들야들 반짝거리고 있어. 동네를 환하게 밝혀주던 살구꽃도 지고 자두꽃도 지고 나니 이제 탱자나무 울타리가 올망졸망 꽃망울을 틔워내. 고 여리고 작은 꽃눈이 어떻게 저 댕돌같은 가시나무를 뚫고 나오는지. 야야는 탱자.. 재불재불 야야 이야기 2008.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