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를 불러보세요 14 - 불가사리가 마늘 까는 날 불가사리가 마늘 까는 날 “야야.” 할매가 낮잠이 든 사이에 야야도 잠깐 졸았던 모양이다. 할매가 부르는 소리에 화다닥 놀라 깨어 보니 환한 대낮이다. “저어기 담에 깻대 세워놓은 거 좀 뒤집어라.” “예에.” 아직도 잠이 덜 깨어 무겁게 대답한다. “야야, 저어 저기. 달구새끼가 호박 오그락지.. 재불재불 야야 이야기 2010.09.30
할매를 불러보세요 13 - 5분만이라도 좋아 5분만이라도 좋아 차라리 엄마 따라 밭에라도 나가는 게 좋지. 지금쯤 밭에 나가면 야야가 할 일도 많을 텐데. 노르스름하게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콩잎도 딸 수 있고, 고구마 줄기도 딸 수 있다. 그저께 가정체험학습을 시작하고 벌써 사흘이냐 나흘이냐. 야야는 아침부터 해 질 때까지 할매하고 씨름.. 재불재불 야야 이야기 2010.09.30
할매를 불러보세요 12 - 지옥체험학습 지옥체험학습 “내일부터 사흘 동안 가정체험학습입니다. 집에 한창 바쁠 때니까 부모님 도와서 들일도 해보고 집안일도 거들어드리고! 모두 알차게 보내고 월요일에 만나요.” 해마다 하는 거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아이들은 “와아!” 소리쳤다. 집에서 일을 하든 어쨌든 학교를 며칠 쉰다는 .. 재불재불 야야 이야기 2010.09.30
할매를 불러보세요 11 - 큰못에 물을 펀다는데 큰못에 물을 펀다는데 “야야, 니도 갈 거제?” “어어, 집에 한 번 가보고.” 야야는 동무들한테 분명하게 대답할 수가 없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본다. 갸름한 새털구름이 파란 하늘을 흐르듯이 떠 있다. 눈이 부신다. 그러고 보니 큰못 물을 퍼내고 연을 캘 때가 되긴 됐다. 가을걷이가 끝나고 갈무리도.. 재불재불 야야 이야기 2010.09.30
할매를 불러보세요 10 - 할매까지 다 미워 할매까지 다 미워 “오매요!” 고모다. 할매를 “오매요”하고 부를 사람은 고모들밖에 없다. 마당을 내다보고 앉았던 할매가 목을 길게 빼고 대문간을 본다. 할매가 마음대로 움직여지지도 않는 엉덩이를 끌면서 마루 끝으로 나가는데 고모들은 벌써 축담을 올라섰다. 부산에 사는 큰고모랑 작은고.. 재불재불 야야 이야기 2010.09.30
할매를 불러보세요 9 - 학예회 연습도 나 혼자 학예회 연습도 나 혼자 “야야!” 알림장 검사를 맡자마자 가방을 메고 나서는데 야야를 행자랑 순석이가 불러 세웠다. “학예회 때도 우리 응원 모둠은 춤 출건데, 니도 할래?” “춤? 무슨 춤 출건데?” “아직 정한 거는 아니다. 아이들 정해지면 그때 다시 춤하고 노래 정하지 뭐. 니이 할건지 말건.. 재불재불 야야 이야기 2010.09.30
할매를 불러보세요 8 - 외톨이가 되면 어쩌노? 외톨이가 되면 어쩌노? “언니야, 내가 물 퍼 주께.” 야야는 튕기듯이 일어나 새밋가로 달려갔다. 안장실 할매집 숙이 언니가 정구지를 한 소쿠리 씻으러 왔다. 언니가 정구지 다 씻을 때까지는 말동무가 생겼다. “언니야, 나도 같이 다듬으까?” “괜찮다. 니는 쉬어라.” 속도 모르는 숙이 언니는 .. 재불재불 야야 이야기 2010.09.30
할매를 불러보세요 7 - 할매 비녀는 벽장 속으로 할매 비녀는 벽장 속으로 “야아야, 아아아야” 할매가 손을 내저어며 또 야야를 부른다. 비녀는 어디로 달아났는지 머리칼은 어수선하게 풀려 귀 뒤며 목둘레로 헝클어져 내려왔다. 할매는 한손으로 손가락을 세워 빗쓸어 올린다. ‘어서 머리 좀 쓸어 올려, 다시 빗어 달란 말이다.’ 구석에 놓인 경.. 재불재불 야야 이야기 2010.09.30
할매를 불러보세요 6 - 아무 말도 못해보고 아무 말도 못해보고 ‘왕관 앵무가 죽은 게 어데 내 탓이고? 아침에 갔을 때부터 안 보이던데.’ ‘판근이 제기가 걸렸다고 해서 도와준다고 그런 건데.’ ‘치이, 내가 쇠그물을 차서 스트레스 받았다면 토끼가 죽어야지. 내가 갔을 때는 토끼밖에 없었는데. 토끼는 멀쩡하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야.. 재불재불 야야 이야기 2010.09.30
할매를 불러보세요 5 - 할매는 이제 야야 몫이다 할매는 이제 야야 몫이다 “야야, 춤 연습 좀 했나? 우리는 다 완성했는데.” “아아니, 아직 좀.” “낼모레 체육대횐 거는 알제? 나중에 학교 과수원 길에서 맞춰 봐야하는데. 점심시간에는 할 수 있제?” 야야는 깜짝 놀랐다. 벌써 그렇게 시간이 흘렀단 말인가. 춤 정한 지 며칠 되지 않은 것 같은데 .. 재불재불 야야 이야기 2010.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