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마음놓고 시험 공부 한 번 해 볼까? 언제 마음놓고 시험 공부 한 번 해 볼까? 경원아, 덕은아! 고개를 푹 떨구는 너희들을 보니 내 가슴이 또 무너진다. 그 마음을 내가 알지. 오늘은 내 중학교 다닐 때 얘길 하나 해 줄게. 그러고 보니 벌써 삼십 년이나 되었네. 참 세상에. 삼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이렇게 우리들 마음을 아프게 하고 고개.. 재불재불 야야 이야기 2005.05.31
나는 술이 좋다 (둘, 엄마가 내린 소주) 나는 술이 좋다 (둘, 엄마가 내린 소주) "이기 와 이렇노?" 행주를 들고 광에 들어간 엄마가 외마디 소리를 질러. '쥐란 놈이 또 뭔 짓을 저질러 놓았나?' 싶은데 "이기 이래 벌씨로 넘을 때가 아인데……." 껌껌한 광에서 독아지를 붙잡고 애닯아 하는 소리가 온 마당에 퍼져나와서 우리도 눈이 둥그레졌.. 재불재불 야야 이야기 2004.11.17
정말 해 보고 싶지만 절대로 할 수 없는 일 그것이 뭐냐고? 있어. 정말 해 보고 싶었던 일. 해가 많이 짧아진 늦은 가을. 그 날도 나는 해거름이 되어가자 동무들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와 소죽 끓일 채비를 해야 했어. 두 살 많은 바로 위에 오빠가 중학교에 가고 2학년이 되니까 늦게 오는 일도 많아졌거든. 일찍 오더라도 이젠 제법 일군처럼 .. 재불재불 야야 이야기 2004.08.03
나는 술이 좋다 (하나, 백화주 이야기) 나는 술이 좋다 (하나, 백화주 이야기) 봄이다. 뒷산에 꽃이 피어 동네가 환하다. 진달래가 붉게 피었다 지더니, 산벚나무도 하얀 꽃잎을 흩날리고 섰다. 절집 마당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진분홍 박태기 꽃이 총총총 달렸다. 산허리 여기 저기 돌복숭아 꽃이 참 곱다. 허물어진 빈 집 담장 옆에 띄엄띄엄 .. 재불재불 야야 이야기 2004.04.07
우리 할머니 이야기 지난 주에 수학 여행 갔을 때, 속리산에서 막 차가 떠날라는데, 찬섭이가 효자손을 들고 장난을 치고 있어. "그거 누구 줄라꼬?" "할머니꺼예요"하고 씨익 웃으면서 효자손을 뒤로 감춰. "니이 할머니하고 사나?" "예에." "좋겠다." "나도 한번 해보자, 아아 그거 시원하다." 그러면서 등을 긁어보는데 갑자.. 재불재불 야야 이야기 2003.11.19
팔월을 기다리며 팔월을 기다리며 팔월이 되어가면 우리 집 뿐 아니라 온 동네가 술렁이거든. 난 그런 동네가 참 좋았어. 있는 집은 있는 집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팔월 맞이를 하거든. 아아, 웬 팔월이냐고? 요새야 다들 추석이라고들 하데? 그런데 우리는 클 때 다들 팔월이라고 했거든. 팔월 한가위를 그냥 줄여서 그.. 재불재불 야야 이야기 2003.09.09
고전읽기경시대회를 아시는지? 독서경시대회를 한다고, 그것만은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교육청 말을 듣고, 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릴까 싶어 썼어요. 우리반 아이들한테만 들려주고 말려다가. 그런데 이번에는 "교육감실에 칼들고 쳐들어간 년!" 이란 소문이 생길까봐 일단 여기 올립니다.(뭔말이냐고요? 아는 사람만 압니다) 우리 아.. 재불재불 야야 이야기 2003.06.02
자라온 이야기 마지막편-고등학생이 되어 할매 옆에서 배를 깔고 엎드려 책을 읽다가 잠깐 낮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놋재떨이에다 담뱃대를 깡깡깡 두드려대는 소리에 눈을 뜨는데, 내려다 보고 앉았던 할매는 금방 염불아닌 염불을 외어댄다. "나무우 관쎔 보살. 잠이 보배지 등더리만 붙이마 잠이 들고 눈꺼풀만 붙이마 잠이 들머 얼.. 재불재불 야야 이야기 2003.01.28
자라온 이야기 - 처음 얻어먹은 생일밥 처음 얻어먹은 생일밥 사철 가운데 언제가 가장 좋은지 딱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난 가을을 제일 기다린다. 남들이 천고마비의 계절이니, 결실의 계절이니, 가을을 타느니 어쩌느니 해도 나한테는 그런 것들은 아무 것도 아니다. 그냥 가을에는 내 생일이 있기 때문에 나는 가을을 기다린다. 가끔 .. 재불재불 야야 이야기 2002.11.23
자라온 이야기 - 국수 이집 저집에서 밀가마를 실어내 오고, 대소쿠리를 도랑물에 담가놓고 밀을 퍼부어 씻으면 도랑가는 잔치집 안마당같다. "아따 그 집 밀 좋네. 참 실하데이!" "형님은 국시를 그 마이나 합니꺼? 식구도 안 많은데." "우리야 싸주는 데가 안많나. 집에 식구야 얼매나 묵어서" "그래, 싸 나가는 기 축이 많이 .. 재불재불 야야 이야기 2002.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