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동철반 아이들 시 - 5.8에 쓴 시 (동시마중카페에서) 화요일마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차를 마셔요. 차 종류는 그때마다 바뀌는데 쌍화차나 녹차, 생강차는 신청자가 별로 없어요. 코코아나 율무차는 거의 다 마시고. 차를 마시니까 분위기가 차분하고 따뜻할 것으로 예상하시겠지만, 그 반대입니다. 맛없다고 원망하고, 선생님이나 마시라 하.. 시 한 편 2012.05.11
유배시집 5 / 이성부 유배시집 5 / 이성부 나는 싸우지도 않았고 피흘리지도 않았다. 죽음을 그토록 노래했음에도 죽지 않았다. 나는 그것들을 멀리서 바라보고만 있었다. 비겁하게도 나는 살아남아서 불을 밝힐 수가 없었다. 화살이 되지도 못했다. 고향이 꿈틀거리고 있었을 때, 고향이 모두 무너지고 있었.. 시 한 편 2012.02.28
벼 / 이성부 벼-이성부 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햇살 따가워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 벼는 소리 없이 떠나간다. 벼는 가을 하늘에도.. 시 한 편 2012.02.28
봄 / 이성부 봄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비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 시 한 편 2012.02.28
눈 / 김수영 눈 / 김수영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놓고 마음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 시 한 편 2012.02.01
그것을 위하여는 / 김수영 김수영 시인 초기 작품 ‘그것을 위하여는’ 발굴 - ‘문학의 29일’ 창간호서 공개 김수영(1921~1968) 시인의 초기 시 한 편이 발굴됐다. 계간 ‘문학의 오늘’은 김수영이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석방돼 6·25전쟁 직후에 발표한 시 ‘그것을 위하여는’을 입수해 내달 9일 나오는 창간호에.. 시 한 편 2011.11.30
죄와 벌 / 김수영 죄와 벌 / 김수영 남에게 희생을 당할 만한 충분한 각오를 가진 사람만이 살인을 한다. 그러나 우산대로 여편네를 때려 눕혔을 때 우리들의 옆에서는 어린 놈이 울었고 비 오는 거리에는 40명가량의 취객들이 모여들었고 집에 돌아와서 제일 마음에 꺼리는 것이 아는 사람이 이 캄캄한 범.. 시 한 편 2011.10.17
들국화 기차역 / 이안 들국화 기차역 / 이안 (온 세상 춥고 배고픈 이들은 모두 이리로 와요) (떠돌이가 먼저예요 주정뱅이가 먼저예요) (이리 와서 빛을 쬐고 배를 채워요) (비렁뱅이가 먼저예요 코흘리개가 먼저예요) (배고픈 이는 배를 채우고) (속병 난 이는 속을 달래요) (추운 이는 빛을 껴입고) (엄살쟁이는.. 시 한 편 2011.09.27
돌 하나, 꽃 한 송이 / 신경림 돌 하나, 꽃 한 송이 / 신경림 꽃을 좋아해 비구 두엇과 눈 속에 핀 매화에 취해도 보고 개망초 하얀 간척지 농투성이 농성에 덩달아도 보고 노래가 좋아 기성화장수 봉고에 실려 반도 횡단도 하고 버려진 광산촌에서 중로의 주모와 동무로 뒹굴기도 하고 이래서 이 세상에 돌로 버려지면 .. 시 한 편 2011.08.31
잘했다! / 이현주 잘했다! / 이현주 길섶에 버려진 과자 껍질을 보고서 지나쳐 몇 발짝 걷다가 걸음을 멈춘다. 돌아가서 주워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싫다. 그러고 싶지 않다. 머뭇거리던 발걸음 옮겨, 가던 길 계속 간다. 잘했다! 이 지구 위에서 한 인간이 제가 만든 감옥에 저를 가두는 것보다 버려진 과자 껍질이 바.. 시 한 편 2011.08.31